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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Eyre
  •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
  • 최연욱
  • 13,500원 (10%750)
  • 2016-05-11
  • : 198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를 묻는 질문에는 늘 두 명의 화가가 후보에 올랐다. 장 프랑수아 밀레와 빈센트 반 고흐. 이전에는 두 사람이 팽팽했으나 요즘엔 고흐가 우위를 차지하는 느낌이다. ‘이발소 그림’의 대명사였던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기」가 화려한 색깔과 율동적인 터치의 고흐 그림에 밀리고 있으며, 몇 년 전 《러빙 빈센트》영화에 이르러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할까?’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는 그런 알쏭달쏭 가운데서 고른 책, 어떻게 (전기도 아닌데) 반 고흐 하나로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지?라는 궁금증도 포함해서.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는 반 고흐의 삶을 32개의 꼭지를 잡아 좁고 깊게 파들어간 책이다. 이런 책 제목과 내용이라면 32개의 꼭지를 상위 목차 없이 흐름만 고려해서 나열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잘 세분한 목차를 보고 놀랐다. 하긴, 얇은 미니북도 아닌데 목차가 너무 구분 없어도 안되는 게 맞다.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흐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배워온 내게 이 책의 80% 이상은 낯설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나의 반 고흐 나무는 가지가 더 붙고 이파리가 더 무성해졌다고나 할까. 특히 이 책의 진수는 뒤쪽 20%다. 뒤로 갈수록 내가 잘 몰랐던 테오의 죽음 원인, 일본인들의 반 고흐 사랑 정보가 나오는데, 우키요에에 미쳤던 반 고흐를 역으로 일본인들이 사랑해 준다는 게 참 좋았다. 사랑을 주고 나중에는 받게 되는 사랑의 순환이 내게는 너무 좋았다. 물론 고흐가 살아생전에 누군가가 고흐 그림의 가치를 알아주면 더 좋았겠지. 그러나 그리되지 못했기에 지금 받고 있는 고흐의 사랑은 더 기쁘고 애틋하다. 누군가가 (가족이었던 테오와 요한나 봉어) 고흐를 철석같이 믿어주었기에 이 그림의 가치가 묻히지 않았다는 것. 이것 역시 사랑 말고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천지 외면한 것 같은 고흐에게 사랑 하나는 남아있었다.

고흐가 사랑받은 이유가 꼭 그림 때문일까? 나는 고흐가 남긴 기록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량의 스케치와 더불어 900통이 넘는 편지는 고흐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좋아하는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충족한다. 그래서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아가 고흐를 사랑하게 된다. 고흐는 살아생전 사랑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토록 간절하게 사랑받을 씨앗을 뿌려두었다. 그의 씨앗이 봄을 맞아 싹트고 꽃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봄을 맞고. 그리하여 무성한 사랑을 거두고 또 거두는 것이다. 이런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누가 뭐래도 기록이 이긴다. 고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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