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쓰셨군요.”
미술책 작가 슈퍼셀럽 이소영 작가의 신작 『미술에게 말을 걸다』를 읽으면서 내 입에서 나온 감탄은 다름 아닌 칭찬 of 칭찬. 344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에 대충 들어간 내용이 없이 실한 읽을거리에 깜짝 놀랐다. Part 1과 Part 2로 구분한 간결한 목차와 함께, 미술과 친해지는 ‘일상’, ‘작가’, ‘스토리’, ‘시선’, ‘취향’ 다섯 가지 키워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책은 목차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 이 다섯 가지 키워드를 잘 숙지한다면 『미술에게 말을 걸다』가 아무리 두꺼워도 페이지를 술술 넘길 수 있을 것.
『미술에게 말을 걸다』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 책표지를 넘기고 책장을 넘기며 읽어봐야 쉬운지 안 쉬운지 알 수 있는 책이 아니라, 그냥 책표지만 넘기면 바로 읽고 싶은 쉬운 책이다. 이건 이소영 작가의 최고 장점, 뭘 쓰고 만들어도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나로서는 아무리 바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부러운 자질이다. 하루 만에 두꺼운 책 한 권을 훌렁 읽어버릴 정도로 문체도 쉽고 설명 역시 구체적이다. 구석구석 들어간 이미지를 보면서 생각이 많았다. 이런 신식 이미지는 저작권료가 많이 들었겠다. 이 화가와 어쩌면 안면이 있을까. 고화질 이미지를 구하느라 힘들었겠다. 다양한 이미지를 구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그런 잡다한 생각들. 그 다양한 이미지 중에 내 마음에 쏙 든 그림은 「법순과 푼수의 수표」, 1910, LH 토지주택 박물관. 모댁의 하녀인 병든 김푼수를 아내로 데려가려고 보통 여자 노비의 여섯 배인 300냥을 주인에게 지불한다. 이 사랑의 거래(?)를 두 남녀의 손을 그려 기록하는데. 나 역시 동일하게 믿는다. 모든 시각 예술은 예술 작품이며, 내 마음에 와 닿는 의미를 정확히 알 때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이소영 작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갖춘 것 같다. 접근성. 개인적으로는 짧을 수도 있는 Part 1이 가장 좋았다. 다섯 개의 키워드로 구성된 Part 2는 이미 미술 전공자인 내게 낯익어서 그럴 것이다. ‘일상’, ‘작가’, ‘스토리’, ‘시선’, ‘취향’ 키워드를 어찌나 잘 잡았던지 부럽부럽 감탄감탄. 미술에 관심 많은 고2학생이나 미대생이 아닌 대학생에게 딱 좋은 책. 또 다시 완성도 높은 좋은 책을 하나 손에 쥐어 반가웠다.
“그러므로 책을 읽다가 저와 생각이 맞닿은 부분, 반대인 부분에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고, 사색 속에서 저와 논쟁하세요. 그러면 자기만의 관점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힘이 생기고, 사유가 역동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미술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익숙해지실 겁니다. 한마디로 미술과 좀더 친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