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미술관보다는 박물관을 선호한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현대미술전은 취향 밖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들이 걸린 미술관이라면 환영한다. 메세지를 전하는 그림들.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림이 위험하다고? 누구나 책의 제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눈에 익은 것도 있지만 낯선 작품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했다. 첫번째로 보여 주었던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고집스러운 학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여덟살 아이가 찾아냈던 그림. 하지만 그 사실을 알렸던 사람이 죽은 뒤에야 그림의 진가를 인정했다는 학계의 이야기는 씁쓸함을 남긴다. '악법도 법이다' 라고 말하며 죽었다는 아주 짤막한 일화로 알고 있었던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 당시 그리스의 문화를 보게 된다. 망설이지 않고 독배를 향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담겼지만 그 곁에는 그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로마 대화재>라는 작품을 통해 들어보는 네로황제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네로황제는 무슨 이유로 방화범이라는 누명을 썼을까? 그 작품을 보면서 무슨 까닭인지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사라져버린 폼페이가 떠올랐다. 잔 다르크나 나폴레옹에 관한 작품도 있었지만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란 작품이 이채로웠다. 18세 소녀 사형수. 제인 그레이는 누구일까? 불과 9일 동안 왕위에 머물렀던 제인. 그녀는 사실 왕위에 오르고 싶어하지 않았다. 게다가 왕위를 이어받을 직계도 아니었다. 어린 그녀는 부모의 정치적 욕망의 희생양이 되었다. 딸의 행복보다는 자신들의 욕망에만 눈이 멀었던 부모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를 찾은 메리 1세는 제인 그레이를 불쌍하게 보았다. 하지만 정치란 조금의 틈도 남겨두지 않는다. 결국 개종하지않겠다는 한마디로 그녀의 사형은 확정되었다. 정치의 희생양으로 죽어야 했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작품속에서 제인은 하얀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목을 갖다 댈 나무를 찾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작품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워하고 비통해한다. 그녀는 아마도 착하고 품위가 있었던 모양이다. 역사는 살아 남은 자들의 기록이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문명의 변화를 확실하게 불러왔던 증기 기관차의 모습을 그린 클로드 모네의 작품 〈파리 생라자르 역 - 기차의 도착〉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게 된다. 기차의 도착과 함께 시작되었던 수송의 발달은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이름과 대표작으로만 알고 있었던 미술 작품들. 멋진 도슨트의 안내로 미술관을 한바퀴 돌아본 듯한 느낌이다. 여운이 남는 주제였다. 차기작을 기대하게 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