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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생각
  • 새벽의 틈새
  • 마치다 소노코
  • 17,100원 (10%950)
  • 2024-12-23
  • : 810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지만, 마지막 순간은 누구나 다 똑같다. 책의 뒷표지에 보이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보인다. 삶이 끝나는 곳에서 깨닫는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나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장례지도사다. 게다가 여자다. 여기서 '게다가'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여자'가 '장례지도사'를 한다는 걸 꺼려 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 때문에 붙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외면 당하는 직업인 까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마나는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한다. 말이 장례지도사지 늘 시체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은 바라보는 입장에서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해도 되지만 내 가족, 내 연인은 그런 일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활기찼다.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고 싶은 일에서는 외면당하기도 하고, 내가 느낀 보람을 타인에게 부정당하기도 하잖아요.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어릴 때나 듣는 거고 자랄수록 힘들고 어려운 일뿐이죠. 살아보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놈은 어느새보면 사라지고 없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놈이 끈질기게 살아남아요. 빌어먹을 세상.(-74쪽)

일본의 장례문화를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단편 형식으로 얽힌 여러 사람들의 장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삶과 죽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않기에 많은 공감대를 불러왔던 주제였다. 아마도 우리에게 죽음이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때는 코로나19를 겪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왜 우리는 죽음에 대해 그토록이나 두려움을 갖는 것일까? 요즘은 나이듦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주제를 가진 책도 많이 보인다. 자연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이 일하고 있는 장례식장의 사장도 죽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설정이 이채로웠다. 모든 죽음이 다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아름다운 죽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을 아름답게 장식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는다. 무언가를 바랐지만 얻지 못하면 절망한다. 제 손에 남은 것과 잃어버린 것을 헤아리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얻었다는 것 자체가 아니다.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도 아니다. 얻었을 때 느낀 기쁨과 얻지 못했을 때 느낀 슬픔, 그 과정의 갈등과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보물이다. 그리고 그 보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이어간다.(-393쪽)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선 가족과 연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례지도사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마나'가 있고, 인기 작가였으나 성매매 업소를 직장으로 둔 '나쓰메'도 있다. 나쓰메의 당당함은 그녀의 소설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치와코'는 자신이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고, '후코'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남편과 시댁에서 보란 듯 뛰쳐나와 자신이 하고 있던 미용사로서의 길을 가며 홀로서기에 성공한다. 아무튼 답을 찾을 때까지 부딪혀 봐. 어떤 관계든 계속 부딪히면서 갈고 다듬어 가야 하는 법이거든.(-24쪽)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누구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는 생각보다 깊히 파인다. 게다가 잘 낫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가깝다는 이유로 그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세상의 눈치를 보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짧다. 사람은 큰 슬픔을 맞닥뜨리고 좌절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들 하잖아. 하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상대를 잃기 전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지. 그 아픔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어.(-373쪽)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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