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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생각
  • 비정근
  • 히가시노 게이고
  • 14,400원 (10%800)
  • 2024-12-24
  • : 5,780

非情勤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비정규직이다. 일단 추리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꽤나 인기있는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작품명을 이야기한다면 많은 사람이 아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나미야 백화점의 기적>, <백야행>, <수상한 사람들>, <라플라스의 마녀> 등 수많은 작품이 번역되었다. <비정근>은 국내에 소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적인 초기작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책에는 6개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 책이 단편집이고, 초기작이라는 말을 미리 살폈더라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품고 있는 매력에 빠져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을 남긴다. 이렇게 순수한 주제를 가지고도 추리소설을 쓴 걸 보면 작가는 떡잎부터 달랐던 모양이다.

おれは非情勤... 원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교사이지만 정규직은 아니다. 정규직 교사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 길어야 한 두달 정도. 그래서인지 소설속의 주인공은 차갑게 묘사되었다. 초등학생들을 주로 맡지만 아이들에게 그다지 정다운 선생은 아닌 까닭이다. 처음 출근하던 날부터 살인사건과 마주치게 되는 곤란함을 겪기도 하지만 그 학교에 완전히 젖어든 사람이 아닌 관계로 형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선생과 학생들의 관계가 시선을 끈다. 작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른가 싶어서. 학생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존경스러움은 묻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지메라고 불리워지는 왕따에 관한 이야기도 요즘의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살인의 단서를 숫자를 통해 푼다거나, 글자를 풀어 쓴 단서를 보면서 다시 하나의 글자로 꿰어 맞추는 방식의 추리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직은 순수해야 할 아이들을 대상으로 살인사건이나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가득 들어간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 주인공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지는 메세지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설사 상대가 아이들이더라도 믿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의미없이 믿는 척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아요. 정신 건강에도." 비정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이론만 가득찬 교육의 현장에서 어쩌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세상의 이치로 다가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살짝 공감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옮긴이의 마지막 말이 시선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깊은 곳에 불신을 품고 겉으로만 믿는 척하는 교사와 부모보다, 친절함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권위와 사회에 복종시키려고 하는 어른들보다, 냉정하고 예리한 관찰로 아이들의 상황과 심리를 파악하고 곤란에 처했을 때 적절한 해결책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비정근 교사가 더 훌륭한 어른이 아닐까.(-270쪽)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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