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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생각
  • 귀족 시대
  • 임승휘
  • 17,820원 (10%990)
  • 2024-12-13
  • : 2,575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보았던 <라스트 듀얼>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중세의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결투 재판'을 그리고 있었는데 책으로 읽고 영화를 본 작품이기에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결투 재판'은 14세기 말까지 중세 프랑스에서 지속된 법제도로 신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까닭에 어느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결투였다. 즉 진실을 말하는 쪽을 신이 선택할 거라는 명제가 깔려 있다는 말이다. 귀족이라는 말 뒤에는 항상 결투라는 말도 따라오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결투를 했을까? 한쪽은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고, 다른 한쪽은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 시킬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이 책 속에서도 귀족들이 결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귀족은 세습된다. 그리고 귀족만의 특권이 있다. 사냥도 그 특권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치켜세우기 위해 부단히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자신들이 입는 옷의 색을 통해서 남다름을 표현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을 초대해 특이한 음식을 내놓기도 했으며, 엄청난 돈을 들여 집을 치장하기도 했다. 살롱을 운영하며 다방면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으며, 집에서 기르는 가축으로 요리를 하기보다는 사냥을 통해 얻은 식재료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귀족이라고 해서 모두 성에 살았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요새의 역할이 더 컸다는 초기의 성은 나중에 주거를 위한 목적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니. 이 책은 구성이 조금 이채롭다. 귀족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먼저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귀족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의 의무와 책임을 의미하는데 귀족들에게는 그다지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을 듯 싶다. 능력이 되지 못해도 다른 귀족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값비싼 가발을 쓰고 최신 유행으로 옷을 갖춰 입는 것조차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는 말에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그렇다면 작금의 세상에서 귀족은 사라졌을까? 형태만 바뀌었을 뿐 그들만의 특권과 그들만의 교육시스템 역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착각일까.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브리저튼>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이해되지 못했던 장면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결혼도, 가정생활도 사랑보다는 가문을 앞세웠던 그들만의 문화. 영화나 소설 속에서 만나 볼 수 있었던 귀족들의 생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강의로 들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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