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스펙 쌓기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이 원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기업의 인사부팀들은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볼까? 늘 궁금했다. 간혹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기업의 인사팀에서 이제 스펙은 보지 않고 인성을 본다고. 인성을 본다고? 그저 몇 번의 질문과 대답만으로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다는 건 비논리적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무엇으로 평가를 할까? 단언컨대 1순위가 외모일 것이다. 외모가 어느정도 충족된다면 그 다음이 스펙이겠지. 겪어보지도 않고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일테니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가면을 쓰고 산다. 겉으로 보여지는 면과 그 사람의 실제가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사회는 불공정과 불평등과 불합리적이다. 아마 그런 것들이 없다면 이 사회는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재미있게 읽혔다. 일본의 사회상을 빗대고 있지만 대한민국도 만만치않다. 채용의 비리는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 밑바닥 사람들은 더 길고 불안한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 쯤은 어린애들도 다 안다. 여기 이 소설속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던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엉뚱한 부서인 인사부로 좌천 되어버린다. 일종의 희생양이다. 로봇이 아닌 우리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은 생각보다 멀리 있다.(-42쪽) 그래서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사람들을 뽑을 거야. 그녀의 평가 기준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일단 외모가 예쁜, 잘생긴 지원자였다. 대놓고 얼굴 비율을 먼저 따진다는 얘기다. 그녀의 말대로 회사에서 잘나고 괜찮은 사람들의 이직률은 높을 것이다. 어쩌면 대체적으로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들이 스펙도 더 좋지 않을까? 그게 현시대의 사회상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회사는 그녀의 계획대로 채용률은 늘어나지만 3,4년 후의 퇴사율도 늘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은근히 그녀의 계획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그만큼 이 사회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채용 담당자는 온갖 평가 기준을 세우고 '종합적'이고 '다각적'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애매한 평가 기준이 늘어날수록 '공정하고 객관적'과 당연히 멀어진다. 그야말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콘플레이크 상자에나 있을 뿐이다.(-69쪽) 사실 콘플레이크 상자에도 '공정과 객관적'은 없다. /아이비생각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배워왔다. 그런 배움의 영향으로 외모라는 평가 기준은 처음부터 뇌에서 지워버렸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러나 안 그러는 사람이 있나.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표정에 집착할까. 사람을 표정으로 판단하는 일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표정도 어차피 외모라고.(-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