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라는 부제를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온통 전쟁중이다. 이토록 풍요로운 세상에서 왜 누구는 굶어죽고 누구나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가. TV화면에서는 먹지 못하고 병들어 죽어가는 아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야말로 삶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세상은 저자가 꿈꾸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거라는 거였다. 너무 많은 인간을 먹여 살리기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산업은 농업에서 시작되었지만 작금의 우리는 농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금새 알 수 있는 일이다. 농업, 혹은 농촌을 그저 도시의 팍팍함에서 벗어나 잠시 머물러 쉬어갈 수 있는 곳 쯤으로 해석되어지는 우리의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 많은 인간을 먹여살리기에는 역부족일테니. 아무리 GMO가 어떻고, 대체육이 어떻고, 식용곤충이 어떻고 떠들어댄다해도 한번 편리함과 안일함에 젖은 인간은 쉽게 변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익만을 창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극심한 자본주의 시대에? 이 책은 격변하는 시대에 맞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농업이 우리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농업이 근본이 되어야 모든 것을 받쳐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이, 우리의 사회가 과연 얼마나 변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유일하게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싸게 먹고, 가장 멀리에서 가져다 먹는 짧은 행운 타임을 누리고 있다, 는 말은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이든 너무 흔한 세상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산업화는 인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것을 위해 희생되어진 것들이 너무 많은 듯 하다. 대자연이 언제 그 대가를 요구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이미 청구서는 날아오기 시작한 것 같다. 현재의 지구가 겪고 있는 이상현상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음이다. 어찌되었든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유기농에 관한 어설픈 지식이 부끄러웠지만 여러 방면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여러 요인들이 겹쳐서 이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곡물을 가장 비싸게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다. 원인 중 하나는 곡물 엘리베이터처럼 곡물 수입에 필요한 인프라를 대부분 빌려쓰고 있기 때문이다. --- 식량 사정이 나쁠 때는 생산과 운송의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붙은 가격으로 살 수밖에 없고 그외 별다른 대안도 없다. 에너지는 해외 개발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지만 식량은 상대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92쪽)
스타 품종들이 써내려온 영광의 역사 뒤에는 생물 다양성 급감이라는 반대급부가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1900년대 미국 전역에서 재배되던 종자의 다양성이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 미국에서 재배되는 종자의 다양성은 4에 불과하다. (-227쪽)
과학자들은 지구인들이 지금과 같은 농업과 삶의 방식을 지속하려면 지구가 1.6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인들처럼 살려면 다섯 개의 지구가 필요하고, 한국인처럼 살려고 해도 최소 세 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2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