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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생각
  •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 19,800원 (10%1,100)
  • 2024-04-29
  • : 363

지식의 성장은 실제로 존재하며 전 세계적인 재앙이 닥치지 않는 한 성장세는 되돌릴 수 없다. 정부나 사회의 개선 역시 실제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일시적이다. 정부와 사회는 길을 잃을 수 있으며 확실히 그렇게 될 것이다. 역사는 진보하거나 쇠퇴하는 흐름이 아니라 이득과 손실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인류 지식의 성장과 진보는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고 여기게끔 유혹하지만, 실제 우리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312쪽)

도대체 니체와 일각돌고래가 무슨 관련이 있는거야?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라는 소제목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책의 목차를 훑어보다가 다시 정색을 하고 한줄 한줄 읽었다. 그러다가 저자가 궁금해졌다. 책을 읽기도 전인데. 저스틴 그레그, 생물학과 교수라고 나온다. 게다가 돌고래류의 사회 인지를 중심으로 한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 언어의 진화와 그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말도 보인다. 그래서 또 찾아보았다. 일각돌고래에 관해. 일각돌고래는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인간이 사육할 수 없다는 말일 게다. 니체를 생각하면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철학자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그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한번도 찾아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책의 도입부에 이런 말이 보인다. 니체가 마부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말을 끌어안고 한없이 울었다고. 그 이후로 정신이상에 시달렸다고.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각설하고 다시 목차를 훑어보니 저자의 주장에 대해 하나씩 생각해 보게 된다.

들어가며 ... 니체 씨,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습니까?

1장_ 인간의 지적 우월함은 환상이고 착각인 것 같습니다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2장_ 인간은 거짓말 때문에 자멸하고 말 것입니다 : 그 말도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3장_ 인간은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 그럴까요? 그런 척 하는 건 아니고요?

4장_ 인간이 만든 도덕성은 날 선 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 이건 책을 읽어봐야겠군요.

5장_ 인간만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 : 인간만 의식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입니다.

6장_ 인간의 시간 여행 능력은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 : 음, 이것도 책을 좀 읽어봐야겠군요.

7장_ 인간만이 예외라는 가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확실합니다. 인간만이 예외일 수는 없죠. 모든 일에. 목차만 읽고 이렇게 기대감에 부풀다니, 놀라웠다.

만약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유인원으로 남았다면 이 세상에 이리도 많은 죽음과 불행이 닥쳤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언어는 동물계 전체에 즐거움보다 불행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304쪽)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어쩌면 교만이 불러온 착각이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위주로 생각되어지다보니 '우리'가 아닌 '저들'의 소통수단을 언어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저들도 저들 나름의 소통수단이 있으며 저들 나름의 사회와 그에 따른 규범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려보더라도 저들에게도 어떤 규칙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검증되지 않고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침묵적인 규칙에 의해 살고 죽는 것처럼 보인다.(-168쪽) 그렇다면 감정은? 감정 역시 저들에게도 있다. 코끼리가 동족의 죽음앞에 숙연해지는 것을 다큐를 통해서도 많이 보았고 죽은 새끼를 며칠동안이나 안고 다니던 어미 돌고래의 이야기도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저들도 공포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헛소리는 거짓말과 다른데, 거짓말은 타인의 행동을 조작할 의도로 고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면에 헛소리꾼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정확한지 아닌지 알지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즉, 꼭 진실이 아닐지라도 진실로 보이거나 그렇게 느껴지는 특성에 더 관심이 있다.(-112쪽) 하물며 저들은 헛소리조차 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일전에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로 했던 외계생명체가 인간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공존이 아닌 점령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다. 그처럼 저들과 인간의 차이점은 확실해 보인다. 슬프지만 좋지 않은 쪽으로.

나가며 ... 니체 씨, 우리 이제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죠?

책을 읽으면서 은근슬쩍 소름이 돋았다. 철학자의 이름을 내세워 저자가 하고 있는 말은 자연과의 공존이었던 까닭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멕시코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위로 인해 원숭이 무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이럴수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지구의 환경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어느 방송에선가 학자가 나와 이런 말을 했었다. '기후위기'가 아니라 '인간위기'라고 말을 바꿔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직접적인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가 남긴 한마디가 커다란 울림을 전하고 있음이다. 니체씨, 우리 이제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죠?

우리 모두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의 환경을 지켜줄 수 있는 변혁적 행동을 시작할 수 있죠. 아니면 평소와 마찬가지로 각종 산업을 계속 이어 가다가 환경을 지키는 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비워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당혹스러워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날마다 느끼는 두려움을 여러분도 느꼈으면 합니다. 그런 다음 여러분도 행동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마치 당장 위기에 닥친 것처럼 행동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집에 불인 난 것처럼요. 왜나면 실제로 지금 그런 위기이기 때문이죠.(-272쪽) 크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불은 이미 났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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