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사람 사이에서 진리를 찾는 학문, 인류학
  • 들뢰즈 - 존재의 함성
  • 알랭 바디우
  • 13,500원 (10%750)
  • 2001-06-18
  • : 1,611
이 리뷰는 내가 알라딘에 (거의) 처음 쓰는 글인 것 같다. 그만큼 이유가 있다. 첫째로, 번역이 너무 잘 되어 독자로서 감사의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불어를 몰라 영어 번역본과 이 책을 함께 읽었다. 영어 번역본은, 만일 내가 그것만 읽었다면 그럭저럭 읽었을 것인데, 이 책을 보면서 영어 번역본이라는 것의 투박함을 알 수 있었다. 불어 철학자들의 길게 늘여쓰는 방식을 어쩌면 이렇게 한국말의 미묘함을 살려가며 번역했는지, 그것도 들뢰즈 철학의 미묘함을 제대로 이해하게끔 리드하면서 말이다. 둘째, 책의 내용에 관해서인데, 적어도 내 생각에 들뢰즈를 제대로 이해하는 책으로 아마도 가장 좋은 것 같다. "들뢰즈"를 다룬 책을 대여섯 권(영어로 나온 책) 들춰봤는데 이처럼 깔끔한 분량에 깊이있게 다룬 책은 없었다. 개중에는 너무 피상적인 이해만을 다룬 책도 있어 차라리 안 읽는게 나아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은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독해를 요하지만, 일단 어느 정도 읽힌다면 손에서 놔 지지 않고 그야말로 바디우와 들뢰즈가 첨단에서 경쟁하는 양상이 눈앞에 보이는 듯 펼쳐질 것이다. 셋째, 역시 들뢰즈와 극단에 있는 바디우가 썼다는 점에서, 또한 역자가 제시하는 풍부한 바디우 관련 부기 덕택에, 들뢰즈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 맹신을 피할 수 있으며, 역시 역자가 언급한 대로, 어느 점이 들뢰즈와 바디우가 서로 해결하지 못한 지점인지를 볼 수 있게 된다. 일자(들뢰즈)인가 다수(바디우)인가? 바로 이 점이 현대 철학의 과제일 것이다. 넷째, 이 점은 바디우에 관한 의문으로, 과연 그가 하이데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아하다. 특히 하이데거의 후기 철학, 즉 사르트르적 의식 중심의 지향성을 반대하면서 구성해 나갔던 전혀 다른 의미의 "지향성"--다수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세계에 살아가는 존재가 어쩔 수 없이 그 세계에 대해 갖게 되는 "지향성"--을 잘못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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