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후변화에 관한 많은 과학적 사실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 읽을 만하다.
그러나 저자가 인용하는 과학적 사실들 중 많은 부분이 비약적이고 편파적이다.
먼저 환경결정론, 특히 기후결정론이 책 전반의 논조다. 기후가 좋고 나쁘고에 따라 문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투박한 주장들을 곳곳에서(사실상 거의 모든 장에서) 볼 수 있다.
인구가 많아 문제라는 식의 폭력적인 인구론에 근거한 주장도 버젓이 등장한다. 재화의 불평등한 배분이 역사적으로 진행되어 온 과정은 외면한다. 사회적,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폭 넓은 맥락을 무시한, 오로지 기후와 인간 수명, 기후와 인구, 기후와 작물 생산량 등등의 단순한 상관관계를 통해 기후가 문제이며 따라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증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그를 종합하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야 한다"(57쪽)는, 사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선언적인 명제로 귀결된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을 보면, 환경결정론, 환경종말론 등의 담론이 대중의 의식을 지배하는 요즘 대한민국 지적 경향의 위세를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