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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닝닝의 단순 리뷰

읽은지 한참이나 된 책을 다시 끄집어 내려 합니다. 이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제가 처음으로 읽은 시오노 나나미의 책입니다. (그럼 로마인 이야기도 안읽었다는 얘기가 되죠 ? 그런 심리 아시나요 ? 남들 다하면 하기 싫은 청개구리 심보말이죠.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괜시리 그 열풍에 휩쓸리는 것 같아 동참하기 싫다는 그런 심리랍니다. 로마인 이야기 한권은 어쩌다 수업 부교재로 참고적으로 읽은 적이 있었지만 읽었는지 조차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아 이 책을 처음이라고 할렵니다.)

저는 이 책을 2002년도 터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읽었습니다. 이스탄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거늘, 여행 직후에 읽었을 때에는 어떠했겠습니까. 책에서 묘사하는 지리적인 장면이 거의 영화처럼 그려질 정도였답니다. 뒤늦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더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주는 감흥이 단지 이스탄불에서의 제 짧은 기억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생동감있는 작가의 필력에 일정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453년, 50일간의 짧은 공방전 끝에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스물한살의 메흐멧 2세에게 무너집니다. 이 순간은 역사 속에서도 참으로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 순간을 작가는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것을 보고 묘사하듯 생생하게 그려내더군요. 역사, 특히 전쟁에 관한 책이지만 전쟁에 대한 딱딱한 접근이 아니라 그 역사적인 순간 속에 놓여진 개인을 통해 정의된 단어로써가 아닌, 그 개인들이 느끼는 감정 자체를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저는 워낙에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그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행동에 심히 공감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 ?) 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는 저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시오노 나나미는 서방의 시각에 경도된 글쓰기를 한다는 이유로 일부 비판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그런 성향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락하는 비잔틴 제국에 대한 아쉬운 잔향이 조금 감돕니다. 그러나 한 나라가, 한 제국이 무너지는 것은 아쉽다 못해 비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동양이든 서양이든 말이지요. 또한 그런 역사적 격변기의 틈바구니에 끼인 수많은 개인들에게 닥친 혼란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너무나 컸을 것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런 개인들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취한 방법이겠지만요. 그런 면을 떠나서 전투에 대한 묘사, 특히 공성전에 대한 장면 묘사는 실감나게 재미있습니다. 이 얇은 책 한권이 주는 재미는 책의 두께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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