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없는 세상
게으른닝닝 2011/04/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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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가 없는 세상
- 김은희
- 7,920원 (10%↓
440) - 2008-04-12
: 1,002
고양이라는 동물의 예민함과 섬세함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는 예술가들이 단연 많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둔한 감각의 사람은 비록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고.
이 책은 한 사람의 만화가와 세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하는 일상을 그린 내용인데, 개성 강한 고양이와의 삶이 담담하지만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고양이라는 동물의 매력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특히 엄마 고양이 신디의 파란만장한 결혼생활과 육아, 조금은 다른 고양이에 비해 모자른 듯하지만 세상을 가장 관조있게 바라보는 추새와, 이름에서부터 위엄이 철철 흘러넘치는 매력적인 페르캉의 이야기는 책을 손에 쥐자마자 단숨에 읽게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만화 특유의 재미가 있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흠뻑 빠져들수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에피소드들을 통해서는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어느 순간이 되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물은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고 삶을 언제나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지만, 페르캉이 겪은 끔직한 고통과 신디와 추새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비록 개나 고양이와 함께 해 본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에 공감하여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나비가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고양이가 없는 세상이 아닌, 인간과 조건없이 진실로 소통할 수 있는 생명체가 없는 세상, 그래서 더 없이 외로운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슬프고 서늘한 제목이었음을 깨닫는다.
p.s. 이 책을 만들어낸 <책공장더불어>는 반려동물에 대한 전문 출판사로, 책도 재생지로 만든다고 한다. 인간과 환경, 반려동물을 모두 생각하는, 작지만 강한 출판사가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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