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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닝닝의 단순 리뷰
  • 여행할 권리
  • 김연수
  • 10,800원 (10%120)
  • 2008-05-13
  • : 3,170
여행할 권리는 여러개의 독립된 이야기로 챕터가 구성되어있는 에세이인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물론 절대로 그냥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 담긴 여행기는 아니다. 내가 비록 여행이라는 단어와 그 표지 색상에 혹해서 주문한 수준의 독자이기는 하지만 그것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여행은 소재도 아닌 도구에 불과하다. 그는 자신의 지평, 세계관, 그리고 글쓰기 위한 주제와 연결된 여행 또는 체류를 한다. 그것은 나처럼 어디에 멋진 자연이 있다거나, 우람한 유적이 있다거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과 교분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무릇 글을 쓰는 작가는 여행해야 하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작가에 대해 신선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 작가들이 이러한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사는구나...하는 어떤 그런 깨달음이랄까. 물론, 그의 고민이 모든 작가들을 대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따라서 이 느낌은 이 김연수라는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조각 고민을 잠시라도 공감하게 되는 느낌은 꽤 좋다.

또한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고민일 수도 있다. 세계관을 넓힌다는 것은 단지 새로운 문물을 익히는 것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을 살고, 여행을 하고, 글을 읽고, 사진을 찍고, 나를 지배하는 사회조직을 통제하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일련의 모든 행동들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꽂혔던' 부분 중 일부를 여기에 타이핑해 남겨둔다.


- 김사량과 조선의용대원들의 언어가 지향한 미래는 결국 찾아오지 않았다. 해방 정국에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그들은 월북, 한국전쟁, 연안파 숙청을 거쳐 남북한에서 공히 완벽하게 잊혀졌다. 오랜 뒤에 발견된 그들의 언어는 여전히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후쟈좡 마을처럼 그때의 모습 그대로 태항산 기슭 낡은 집의 담벼락에 남아 있다. 거기, 태항산 기슭의 마을사람들은 그 낯선 언어를 해마다 페인트로 새로 그린다. 오래전에 사라진 그들을 위해. - p.183

-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쓰게 될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혹시 한국에서 자꾸만 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까닭은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문학이란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쓸 수 있을 때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하면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써야만 하지 않을까? -p.201


P.S. 우리에게 잊혀진 20세기초의 만주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그 시절의 모습은 전혀 시각화되질 않는다. 이 에세이가 나에게 또다른 세계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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