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런 이야기가 참 좋다. 유쾌상쾌통쾌한 이야기. (이하 책 내용 스포일러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책의 내용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울한 이야기.
그러나 이야기의 화자인 완득이가 유쾌상쾌통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나 또한 그럴 수 밖에.
17살 고등학생 완득이네 집은 대략 이렇다. '난쟁이'인 아버지, '정신지체'인 삼촌, '저짝사람(베트남)'인 엄마를 둔 완득이. 그나마 엄마는 완득이가 젖을 떼자마자 집을 나갔다. 달동네 꼭대기에 사는데 아버지와 삼촌은 '난쟁이와 더듬이'라는 이름으로 춤을 추며 카바레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웃기는 역할을 한다. 그나마도 일자리를 잃어서 물건을 떼다가 지하철에서 팔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19만 키로를 달린, 숨넘어가기 일보직전의 티코를 사서는 전국 5일장을 다니며 노점을 한다. 아, 진정 이런 상황인데도 유쾌상쾌통쾌할 수 있는 것인가?
학교는 또 어떤가. 담임인 '똥주'는 진정한 선생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오죽하면 이야기의 첫 장면이 똥주 좀 죽여달라는 완득이의 기도부터 시작하겠는가. 똥주는 매번 완득이의 성질을 돋는 말을 하지만 어쩐지 다 맞는 말 같다. 게다가 선생이면서 이주 노동자 쉼터를 만든다 뭐한다 하더니 급기야는 경찰서 신세까지 진다. 싸움질만 하고 다니는 (그래서 몇번의 정학 위기에 몰리는) 완득이는 킥복싱을 배우게 되는데 타고난 자질이 훌륭하다고 칭찬받지만, 도장은 문을 닫고 완득이는 내리 지기만 한다. 그것도 매번 완패. 전교1등 모범생은 본의 아니게 왕따 당하는 여자애인데 완득이 매니저를 자처하며 쫓아다닌다. 물론 그애 엄마가 찾아와서 완득이에게 대학에 간 후에 교제하라고 부탁하지만, 어쩐지 완득이나 여자애나 개의치 않는다.
이렇게 암울한데도, 재미있다. 그래서 더 찡하다.
현실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완득이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굴의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하긴 이게 헐리웃 영화는 아니니까. 게다가 완득이가 살아가는 책 속 현실보다 책 바깥의 진짜 현실이 더 가혹하다. 현실은 그렇게 굴러간다. 웃기지만 마냥 웃기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슴이 약간 저미는 느낌이 든다. 그건 아마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공감이 주는 실낱같은 희망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게다가 일단 다 떠나서,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