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Isha Green’s Bookshelf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 15,750원 (10%870)
  • 2023-04-19
  • : 10,329
1년쯤 전에 친한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책이다. 잊고 지내다 얼마전 눈에 띄어 친구에 대한 부채감으로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림. 내가 서점에서 직접 구매할 타입의 책이 아니긴 하나, 다 읽고 나서의 소감은 기대 이상으로, 일과 커리어에 대한 통찰력으로 빛나 소장가치 충분한 책이라 하겠다. 선물로 준 친구에게 고마웠다.

“일 너무 잘하면 부려먹기 때문에 적당히 묻어가면서 해야지 열심히 일하면 등골 빨리는 바보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나는 그런 식의 교훈을 가르치시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항상 강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했고 한편 내가 너무 우직하고 바보같이 살아왔나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최인아 대표의 공감이 가는 일화중 하나는 나도 비슷하게 겪었는데, 대학원 시절 700페이지가 넘는 한 교양서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는 과제였다. 다들 요약본을 읽고 과제를 끝내서 내기만 한 반면 나는 몇날 몇밤 무식하게 그 책을 끙끙거리며 다 읽고 써서 냈다. 최인아 대표처럼 내게는 읽거나, 안읽거나 둘 중 하나다. 요약본을 보는 선택지는 없었는데 다들 그렇게 시간 절약하고 학점을 더 받기 위해 다른 시험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이런 나만 똥멍청인줄! 하지만, 한편 그로 인해 쌓인 경험들이 나의 자산이 되어왔다고 믿는다. 최인아 대표의 책에서 다시 한번, 내가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용기를 얻어 기쁘다. 코모디티가 아닌 나라는 독특한 브랜딩에 이후 걸맞을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왔으니까. 또한, 행복이나 열정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불편해하고 (정의의 모호성, 폭력성이 수반될 수 있다) 소소한 성취와 같은 순간의 기쁨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최인아 대표는 주변의 내면의 진솔한 소리를 듣고 삶의 중요한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무엇이 중헌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결정하고는 뒤도 보지 않고 잘 밀고 나가며 살아온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그의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사장 기회 거절이다. 물론 부회장에서 승진이 목전에 있던 당시, 회사의 혁신에 필요할 시점에 도움이 될 리더감이 아니라는 내면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퇴사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인간 최인아로서 잘한 일일지는 모르겠다. 허나 소수자들은 표집이 적고 표본 그대로 대표성을 띠기 때문에 그들의 발자취가 후에 그들을 따라오는 이들에게 큰 메시지를 준다는 것을 간과한 행동이라 아쉽다. 하다가 그만뒀더라도 유리천장을 뚫고 제일기획 사장직을 수락했어야 리더가 되고 싶어도 좌절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귀감이자 희망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다음으로 아쉬운점 하나는, 본인이 40 중반에 인생의 후반전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해서 계속 그게 정답인것처럼 이야기하는 태도가 조금 불편했다. 20대 청년만큼 체력과 패기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40-50대에 (심지어 60, 70대에도!)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처음부터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안 그래도 한국은 연령주의가 심각한 나라인데, 이뤄놓은 것 없이 실패만 한 과거를 툭툭 털고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사람이 본다면 좀 맥이 빠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넘쳐나고 용기를 불어넣어줘서 흔들릴 때마다 여러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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