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영어로 된 컨텐츠를 몇 달간 공부하다 답보 상태에 빠져서 잠시 쉬고 요 며칠동안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만 잔뜩 읽었다. 20대때는 독서 취향이 고상(?)하셔서 ‘감히(?)’ 실용서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셨는데 세월이 흐르니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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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상·이수영,《스피드리딩》,롱테일북스,2007. (절판된 책)
도서
바자회 중고 장터를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책이다. 평을 보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사람들의 의견도 보이지만 나는 그동안 실용서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 영어 학습법에 대한 이론적 베이스가 참 약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목표로 하는 스피드
리딩은 분당 150단어로 정의되는데 책을 읽고 나서 측정해보니 150-170 단어 정도가 나왔다. 하지만 본인은 훨씬 빠른 속도의 리딩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훨씬 혹독한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공부 방식보다는 영어 공부의
효율적인 방식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건졌던 내용들 몇 가지 정리.
영어 원서 읽기를 방해하는 세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모국어 수준 어휘력의 부족(단어 자체의 이해 불능)
2. 한글과 영어의 생각을 조립하는 방식 차이(단어의 조립 불능)
3. 관습적 영상의 부족(조립된 단어의 이해 불능)
"언어학에는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라는 이론이 있다. 그
내용은 '두뇌가 생리적으로 언어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특정 시기가 있으며, 이 시기를 넘기면 언어 습득이 힘들어지고 어린아이처럼 제2언어를
쉽게 배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략) 레니버그에 따르면, 소리에 노출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 사춘기를 전환점으로 사라지며, 다라서 원어민과 동일한 발음을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춘기 이후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분화되고 두뇌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언어습득장치(LAD:language acquisition devise)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어 사용자는 영어를 배우기에 악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언어는 VO계열(SVO, VSO, VOS)이 56%이고 OV(SOV)계열은 4%에 불과하며 대표적인 언어로 한국어와 일본어가 있고 한국과 일본은 영어 못하기로 대표적인 나라들이라고 한다. 미국 외교연구원은 세계의 언어들을 자국민이 배우기 힘들어하는 정도에 따라 네 종류로 나눴는데,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네 번째 부류에 속하며 우리가 영어 어순에 익숙해지기 힘들듯, 원어민도 한글 조사와 어순에 익숙해지기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VO계열 언어권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3-4개 국어를 마스터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영어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따라서 성인의 공부 방식은 외국어를 그냥 많이 접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인에게도 장점이 있는데, 관습적 영상이 풍부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통찰력 있고 이해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관습적 영상을 통해 배우고자 하는 외국어의 용례를 풍부하게 익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고를 때도 자신이 잘 아는, 즉 관습적 영상이 풍부한 책부터 도전하여 실력을 키워 나간다. 관습적 영상 없이 수준에 안 맞는 리딩을 하는 것은 자기학대일 뿐이며 난독증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궁합이 안 맞는 책과는 과감히 헤어지고 관습적 영상이 쌓이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한다.
영어를 배우면서 목표 실력을 예측하자면, 모국어인 한글로 읽는 속도가 영어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잠재적인 최대치 속도가 되는데, 우리 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평균 한글 독서 속도는 분당 150-200단어 정도이고 스피드 리딩 훈련을 통해 영어를 분당 150단어 정도로 독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최적의 학습모드를 만들어내면 능률이 빨라진다.
A.L.State는 Accelerated learning State의 약어로 보다 가속화된
학습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 들어가면 두뇌의 학습 기능이 최고조로 움직이며 물흐르듯이 정보를 빨아들이게
된다. 학습을 담당하는 두뇌조직이 각성되면서 두뇌 활용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좋아한다/중요하다’라는
감정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가속화된 학습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감정에는 육체와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독특한 힘이 있다. 각각의
감정에 따라서 두뇌의 활성화되는 부분도 각기 달라진다.
공포, 두려움, 분노, 질투, 시기심, 불안, 초조와 같은 감정은 ‘Fight or flee?’를 결정하는데 사용하는
감정으로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되었으며 파충류뇌라고도 불리는 원시뇌인 구피질을 자극하므로 학습과는 전혀 상관없는 두뇌와 근육들이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호기심, 관심, 즐거움은
학습을 담당하는 편도, 해마와 신피질을 자극한다. 이 상태에
들어가면 뇌세포가 왕성히 활동할 최적의 조건이 되어 엔도르핀이 해마에서 다량 분비, 아세틸콜린 분비가
촉진되고 이 물질은 뉴런의 외부절연체인 수초를 형성시키는데 기여하며 수초가 형성된 신경은 정보전달속도가 수십 수백 배 빨라지고, 뇌파가 안정화되면서 시냅스의 정보전달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이즈가 줄어든다.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 흔히 느끼는 지루함과 무기력은, 생존을 위해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것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으려는 두뇌의 자연스러운 방어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가치 없고 무의미한 일엔 지루함과 망각으로 대응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고, 이 상태에 장기간
빠져 있으면 학습 능력이 극도로 저하되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상태에
들어가게 되며 이 상태에 빠져 있는 대표적인 예가 ‘노예’이다. 감정이나 자기 의사 없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무관심과 무기력으로 대응하는데 강요에 따라
강제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도 노예 상태에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부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일이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하거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만큼 즐겁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생존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 두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한다.
오늘날 영어 리딩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학습자가 글을 읽으면서 ‘가속화된 학습상태’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채 별 관심도 없고 재미도
못 느끼는 내용을 시험이나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딩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원서를 읽는 것이 두뇌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리딩 방식이다.
정리하자면,
단어, 문장, 개념의
반복으로 리딩 속도를 향상시키고
잘 발달된 모국어 회로와 관습적 영상을 활용해 이해가 빠르며
‘가속화된 학습상태’에 들어가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앞으로 영어공부를 하면서 이 이론을 적용시켜 가면서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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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민, 《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은행나무, 2009.
고수민
선생님의 블로그는 검색하다 알게 됐으며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감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노력으로 영어를 잘 하려고 했다니 통렬하게 반성했다.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영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지만 위의 책처럼 수많은 데이터베이스의 축적을 통해 90퍼센트 수준까지는 구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고수민 선생님의 공부 방식을 보면 실제로 우직하고 성실하게 영어 공부를 해오셨으며 영어를 잘하려면 어휘력, 문법, 리딩, 듣기 모든 분야를 다 열심히 해서 잘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실제로 효과적인 많은 방법들을 제시해주는데, 내가 건진 몇 가지 내용만 간단히 정리한다.
-듣기 실력이 딸리는 이유는 독해 실력이 딸리기 때문이다. 독해
실력을 키워야 듣기도 잘 할 수 있다. 나도 실제로 원서를 통독할 수 있을 정도로 독해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듣기가 자연스레 향상된 경험이 있다.
-읽기는 두뇌와 입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원서를 소리내어 읽는 방법을 권한다(생각도 못한 방법이었다).
-영화로
영어공부를 할 때는 처음부터 영화를 딕테이션해 볼 것. 대사 이외의 잡음이 많은 액션 영화류는 가급적 피할 것. 한글 자막부터 함께 보면 내 듣기 실력으로 다 듣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영어 일기를 쓰면 자신이 표현하려는 내용을 실제로 찾아보고 적용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으므로 짧더라도
매일 영어 일기를 쓰기를 권한다. 이건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던 방식이다. 매일은 못해도 일주일에 2-3번, 바쁠 때는 일주일에 1회 정도는 영어 일기를 써오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이걸로는 택도 없겠다고 반성함. 고수민 선생님처럼 매일 써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