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휴먼커넥터 맥
  •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로빈 월쇼
  • 13,050원 (10%720)
  • 2015-07-02
  • : 1,194

  


이 책을 보자마자, 나는 서평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I never called it rape'(나는 그것을 결코 강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라는 원제를 한국어판은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부제: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으로 옮겼다. 


우리는 강도나 살인 사건을 예방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는 없다. 강간과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문제에 대해 굳이 생각하거나 대화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 그런 일을 상상하는 것이 두렵거나 싫고, 대화가 무거워지기를 원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도 얻을 것이 없다고(어쩌면 잃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두운 골목이나 무단침입, 낯선 사람이나 흉기 같은 단어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성폭력이 선후배나 애인, 친구 등 아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다. 이것은 이제 꽤 많이 알려진 사실로, 경찰청 홈페이지 성폭력의 정의에 적혀있기도 하다. 전체 가해자 중 81%는 아는 사람이다.(2014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 통계)




나는 이 책이 성(Sex)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폭력의  본질은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성폭력이 나쁜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인간적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고, 이 권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내가 본 이 책의 목적이다.


성폭력에는 수많은 고정관념과 무지, 그리고 이론과는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어느 날 당신의 딸이, 누나가, 언니가, 친구가, 후배가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당신의 첫마디는 무엇일까. 적어도 왜 하필 그 시간, 그곳에 있었는지 혹은 왜 더 빨리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그녀를 탓하는 말만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이 책은 성폭력의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여 조사를 진행했고, 이 서평에서도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의 성폭력만을 이야기한다. 참고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4년 상담 통계에서 가해자 중 남성의 비율은 94%,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은 95%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것이 안전한 상태는 아니다. 태풍의 눈 속에 있어도 사방은 고요하다. 성폭력에 관한 진실을 더 잘 이해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예방할 교육과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과거 미국의 사례(1988년 출간)이지만, 대규모 조사를 통해서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지니는 핵심적인 요소와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이 책의 근거가 된 미즈 프로젝트는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기금 267,500달러(=3억1,356만3,500원 ← 26년 전 물가)로 22명의 전문 인력이 전국 32개 대학의 6,159명 참여자를 대상으로 1인당 71쪽 분량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 이 책을 기획하고 쓴 로빈 월쇼ㅣⓒ www.robinwarshaw.com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대하여

우리가 알면 좋을 몇 가지 진실들

1.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언어(저항)를 실제보다 덜 심각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추천 방법] 상대방이나 주변 사람들을 신경쓰지 말고 강하게 대응해서 그 상황을 벗어날 것

: 여성에게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는 상황에도 남성은 이것이 강제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거나, 여성의 저항을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비록 이것이 동일한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성폭력 상황에서 남성은 피해자의 12%가 신체적으로 저항했다고 답했고, 피해 여성은 70%가 신체적으로 저항했다고 답했다. 

본문에는 강간 사건(여성의 관점) 다음날 그것을 오히려 관계의 발전(남성의 관점)으로 보고 친근하게 연락을 하는 남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여성이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힘(물리력)을 쓰는 일이 '여성답지' 못하다고 다양한 롤모델들로부터 배워왔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 여성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남자를 말로 잘 설득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지만, 그 남자보다는 자신의 느낌(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직감)을 믿는 것이 낫다. 이럴 리가 없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동안 상황은 악화된다.






2. 가해 남성들은 종종, 상황을 연출한다

▶ [추천 방법] 타인의 도움을 받기 힘든 낯설고 외딴 장소에 둘만 있는 것을 피하고, 과음하지 않을 것

: 아는 사람을 성추행이나 성폭행하는 경우, 남성들은 여성을 도망치기 힘든 상황(환경)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여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두 사람이 가려고 하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남성이 거짓말을 하거나, 여성에게 술(혹은 약물)을 계속 권하는 사례 등이 책에 나온다. 때로는 남성 자신이 취한 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경우 외에도, 호감과 끌림으로 끈질긴 구애(스킨십)를 시도하는 것도 데이트와 성폭력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사실 스킨십이 시작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 일일이 물어보기는 어색하고, 그러나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서로의 욕구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될 확률이 높다. 이 점에 대해서는 책에 나오는 '안전한 데이트를 위한 8가지 지침' 중 첫 번째, '당신에게는 스스로 성적 한계선을 정하고 이에 대해 상대와 소통할 권리가 있다'가 참고할 만한 답이다.(아래 사진)



'성폭력'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니, 술과 관련된 피해 상황들이 네이버 지식인에 바로 나온다. 답변은 대부분 법률사무소가 추천하는 법적 대응절차였는데, 나는 이분들에게 전문상담기관(아래 세 번째 사진)에 먼저 연락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 네이버에서 '성폭력'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상담기관의 연락처들이 가장 먼저 나온다. 유용한 정보다.


 


3. 스킨십에는 최저 욕구의 원칙이 필요하다

▶ [추천 방법] 만약 두 사람의 욕구가 충동할 때는, 더 많은 걸 원하는 쪽이 덜 원하는 쪽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 이 내용은 남성들의 좋은 변화를 위한 11가지 지침에 포함된 첫 번째 원칙이다. 전체 내용은 아래와 같다. 더불어 여성들을 위한 지침도 함께 소개한다.



* (남성들의) 좋은 변화를 위한 11가지 지침 *


1. 절대로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하지 말라.

2. 여성이 성관계에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라.

3. (술 등으로부터) 깨어 있으라.

4. 취한 여성은 강간을 '당할 만'하다는 통념을 믿지 말라.

5. 친구가 당신에게 성행위(집단성폭행)에 동참하라고 제안해도 결코 가담하지 말라.

6. 이른바 '득점(섹스)'하는 것을 성공적인 만남으로 착각하지 말라.

7. 상대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짐작하지 말라. 또한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상대 여성이 안다고도 생각하지 말라.

8. "안 돼"는 말 그대로 "안 돼"를 의미한다.

9. 상대가 이중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거리낌없이 말하라.

10. 여성들과 소통하라.

11. 다른 남성들과 소통하라.


※ 8번에 관해서는 이런 설명이 있다. 

"만약 상대 여성이 겉으로는 "안 돼."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좋아, 그렇지만 너는 나에게 확신을 줘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녀는 이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결과 당신은 더 이상 그녀와 함께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걱정 따윈 내려놓고 그냥 그녀에게서 떠나라."

* (여성들의) 안전한 데이트를 위한 8가지 지침 *


1. 당신에게는 스스로 성적 한계선을 정하고 이에 대해 상대와 소통할 권리가 있다.

2. 당신의 결정과 선택에 확신을 가져라.

3. (술 등으로부터)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

4. 새로 만난 데이트 상대에 대해 알아보라.

5. 통제력을 유지하라.

(ex. 데이트가 거래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당신 자신에게 든 비용은 당신이 지불하라.)

(ex. 방금 만난 남자가 태워다주겠다고 제안할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말라.)

6. 스스로를 보살펴라.

(ex.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ex. 자기방어 프로그램을 배워두어라.)

7. 자신의 직감을 믿어라.

8.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신입 여대생들의 첫 학기는 위험한 시기다.)

 


4. 우리는 주변 사람과 대중매체 등을 통해 보고 들은 성역할을 학습한다

▶ [추천 방법] 우리에게는 성에 관한 더 많은 대화와 배움이 필요하다

: 현실적으로 우리의 대중문화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데 익숙하고, 소년과 소녀들은 이로부터 성역할을 학습한다. 이런 관점으로 걸그룹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가끔은 암담하다. 수줍어하며 남자의 사랑을 기다리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화면 속에 늘 넘친다. 그러나 변화의 희망도 있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위 사진)에는 권력자의 소유물이 된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이를 극복해가는 여자 사령관 퓨리오사와 할머니 전사들이 화면의 중심에 나온다. 매드맥스의 감독(조지 밀러)은 페미니스트 작가(이브 엔슬러)를 촬영 현장(나미비아 사막)으로 초대해서 자문(특히 전쟁 중에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관점)을 구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We are not things"(우리는 물건이 아니다)를 의미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관련기사> [경향신문] '매드맥스'에 담긴 페미니즘(2015.5.28.)




"어떤 면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비가해 남성의 차이는, 소년들이 흔히 남자다움이라고 배우는(그러나 최악의 의미를 지닌) '마초성'을 얼마나 신봉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중략) 여성을 자기 자신의 바람과 육구를 가진 평등한 파트너로서가 아닌 단지 성관계를 위해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법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남자아이들은 여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성적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설혹 상대 여자가 내켜 하지 않아도 집요하게 구슬리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에 이른다." 

-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p.98-99

위 소년들의 이야기에 당신은 얼마나 동감하는가. 남성은 여성을 '얻으려'하고, 여성은 그런 남성에게 자신을 '주지 않고' 시간을 끄는 상황은 '이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임'이 악순환되는 과정이다. 너무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말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서로 자연스러운 끌림에 따르는 즐거운 상호작용으로서의 성관계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그리고 원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아닐까.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의 주된 원인은, 가해자의 행동을 사회적으로 용인될만한 것으로 만드는 '폭력에 대한 무지함'이다."


- 위의 책 p.273

5. 사건 후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은 자책과 무기력감, 그리고 말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 [추천 방법]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전문기관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받자

: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입증이 어려운 특성상 많은 숫자가 신고되지 않은 채 묻힌다. 2014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 내 성폭력과 전쟁을 선언했고, 백악관 여성위원회는 미국 여자 대학생이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그중 12%만이 피해 사실을 신고한다고 보고했다. 이 책이 발간된 26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꽤 많은 변화가 있기도 하다. 여성의 정조(남성중심적 소유와 가문의 명예를 지키던 개념)에 관한 죄라는 형법 조문에서 '정조'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이 1995년이고, 2013년에는 성범죄에 관한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한 범죄)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조항이 삭제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특히 정치인이나 교수 등)에 대한 지탄의 수위가 높아졌고, 적어도 공적인 발언의 장에서는 성폭력적인 언어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이런 큰 그림과 바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상황들은 별개의 문제다. 성폭력의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는 한 사람의 삶을 너무나도 크게 흔들 수 있다. 미즈 프로젝트 조사에서 강간 피해자의 30%는 사건 후 자살을 생각했고, 82%는 피해 경험이 자신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경험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반응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피해자라도 여전히 공포감과 분노, 수치심, 죄책감, 우울, 자책, 남성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 굴욕감, 모멸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치유를 돕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책에서는 성폭력 피해와 위험에 아래와 같이 대응하도록 권한다.


* 실제 위험에 빠졌을 때는 이렇게! *


1. 평정심을 유지하라.(절대 공포심에 굴복하면 안 된다. 냉정하고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

2. 상황을 살피고 신속하게 행동하라.

3. 도망치도록 노력하라.(어디든 사람이 있을 만한 곳으로, 부끄러울까봐 걱정하지 말고.)

4. 도와달라고 소리쳐라.(그 와중에 도망갈 기회를 잡으면 달릴 것을 권한다)

5. 필요하다면 강한 공격으로 맞서라.

(상대가 다칠까봐 걱정하지 말라. 당신이 염두에 둘 것은 오직 상대를 무력화시켜 도망갈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단, 당신의 공격이 상대를 더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6.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벌어라.

7. '유혹적'인 이미지를 깨는 행동을 하라.

(가령, 미친 척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 피해를 입었을 때의 대응 방법 *


1. 당신 자신을 믿어라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세상에 강간당해 마땅한 사람은 없고, 강간당할 만한 행동 또한 없다)

2. 누군가에게 얘기하라.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바로 연락하고 그 사람의 집으로 가라. 그리고 옷을 갈아입거나 몸을 씻기 전에 상담 기관에 연락하라)

※ 상담기관에 따라서는 밤 시간에 통화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여성긴급전화 1366은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며, 신고 접수는 112로 한다.

3. 의료적 도움을 받아라.

4. 경찰이나 대학(혹은 자신과 가해자가 소속된 기관)에 신고할 것인지 결정하라.

5.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라.

6. 상담을 받아라.

7.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에 대해 더 많이 배워라.

8. 스스로의 힘을 키워라.

9. 다른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라.


△ 여성의 옷차람이 성폭행의 원인이라는 인식에 반대하는 터키 남성들의 미니스커트 시위



△ 나는 지금 모 단체 내에서 성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꽤 많지만, 참여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활동 자체가 묻혀 있던 성문제들을 표면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해서 문제 예방 효과를 지닌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공부와 토론을 하며 몰랐던 사실들을 알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많이 깨닫는 중이다.


관계를 지키기보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를

책에는 '안전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안전한 피해자란, 성폭력 피해 상황을 부정하고 사건을 자신과 분리시키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한편 내면의 불안감을 외면하고, 또한 피해 상황에 맞서 심각하게 저항하거나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해 다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피해자를 가리킨다.(p.67) 이들은 가해자에게 이상적인 존재다. 어떤 피해 여성은 자신이 겪은 일을 강간이 아닌 지속적인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성경험으로 바꾸어놓고자, 가해 남성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수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p.82) 그러나 이런 시도가 성공할 확률은 낮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면 그 진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리라. 성폭력이 없는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멈추기 위한 노력을 그칠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안전과 치유와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당신의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 말하지 않으면 세상은 모른다.


- 2015. 8. 3. 휴먼커넥터 맥


* 혹시 사진이 보이지 않는 분들은 블로그에서 보세요. > 원문 링크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