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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을 좋아해서 자주 읽다 보니 자주 오사카나 간사이 지방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간사이 지방이나 오사카라는 지명이 많이 언급된다. 오래전에 읽은 [예스터데이]라는 소설의 주인공 역시 간사이 지방 출신인데, 도쿄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도쿄 출신이면서도 간사이 사투리를 아주 멋들어지게 구사하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는 간사이 사투리로 '예스터 데이'라는 노래를 개작해서 부르기도 한다. 왜 간사이 사투리를 사용하냐는 질문에 한신타이거스의 팬이어서 함께 응원하고 싶어서 사투리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소설을 읽으며 간사이 사투리가 어떤 느낌일까? 또 간사이 사람들에게 한신타이거스는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런 느낌을 조금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한국에 비교적 유명한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인 마스다 미리의 [오사카 사람의 속마음]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오사카 출신인 작가가 직접 이야기하는 오사카 사람들의 특징과 오사카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본 문화를 잘 모르기에 오사카 사람들의 특징은 잘 모르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오사카 사람들은 매우 붙임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디 가서든지 쉽게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분위기이다. 만화와 함께 진행되는 에세이에서 오사카 출신의 어머니와 함께 옷 가게를 가서 점원과 쉽게 친해져서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가게에서도 주인과 쉽게 친해져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작가는 일찍이 도쿄로 올라와서 표준말을 사용하는데, 물건을 깎을 때며 저절로 간사이 사투리를 사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점원이 샐러드를 담은 용기를 보여 주면서 확인한다.
"고객님,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같은 값이라면 더욱 그렇잖아, 이 대목에서 내 뇌세포가 오사카 사투리를 긴급 소환했다.
"쬐금 더, 앞쪽의 큼직한 놈들도 넣어주면 안 될까요?"
점원이 흠칫 내 어굴을 쳐다 보았다.
내친 김에 연달아 공략하는 나
"어째 자투리가 많아 보이는데, 200그램이나 사니까 뭐냐, 좀 먹음직스러운 쪽도 넣어주셔야죠."
스스로도 우어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말, 오사카에 살던 시절엔 해본 적 없으니까.
- P 33
이 장면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마트나 시장에서 흔히 보는 장면들이 연상되었다. 사투리를 써가며 물건을 깎아달라고 하면 점원도 웃으면서 그냥 수긍해 주는 경우가 있다. 사투리라는 것이 인간의 계산적인 논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무언가 강력한 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오사카 하면 역시 한신 타이거즈인가 보다. 이 책에서 한신 타이거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한신타이거즈가 우승을 하면 오사카 사람들은 에비스바시라는 다리 위에서 도톤보리 강에 옷을 벗고 뛰어내린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다리 무너지겠네, 할 정도로 사람들이 우글거렸다. 도톤보리 강에 뛰어들 집단과 나를 포함해 그걸 굳이 보러 온 집단. 에비스바시는 그야말로 할 일 없는 인간들의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다이빙하러 온 집단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뛰어들 작정으로 온 그룹, 분위기에 취해 우쭐해서는 얼떨결에 뛰어들게 된 그룹. - 중략-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뛰어들 작정으로 온 사람은 티셔츠에 바지, 비치 샌들 같은 가벼운 복장이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즉흥파는 퇴근길에 동료들과 구경 삼아 들른 정도니까 양복 차림이다. 양복이가 난간에 올라서면 구경꾼들이 당연히 대대적인 환영이다. '바-보, 바-보, 바-보'하는 열화와 같은 합창이 터지고, 양복입은 남자는 모두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일념으로 귀중품을 동료에게 맡기고 다리 밑으로 사라진다. 대체 젖은 양복으로 집에 어떻게 돌아갈 셈이었을까? 그 순간에는 뒷일 따위 안중에도 없었으리라" (P 39-40)
나 역시 2002년 월드컵을 경험했기에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이 책은 여러 가지 오사카 사람들의 성향과 사투리 등을 이야기한다. 글과 그림으로 오사카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한국에서는 특정 지역 사람들을 비난하는 말투나 유머들이 많다. 그 지역 사람들은 항상 ~~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나마 신사적이고, 악질적인 단어들을 붙이며 특정 지역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어떤 가수가 어느 지역에 가서 그 지역 사람들은 뿔이 난 줄 알고 있었다는 말로 인해 시끄럽다. 그만큼 한국 특정 지역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에는 이런 것들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도쿄 사람들이 오사카 사람들을 대할 때 비교적 친근감 있게 대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자신과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하는 내용들이 많이 언급된다. 일본보다 훨씬 작은 한국에서도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대하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