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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리뷰::알라딘
  • 실험하는 고고학자
  • 샘 킨
  • 25,200원 (10%1,400)
  • 2026-08-20
  • : 2,38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박물관 진열장에 놓인 돌칼을 보며 정말 저 돌칼로 동물을 잡았을까?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설명문을 대충 읽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음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긴 저와는 달리 직접 만들어보고, 직접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샘 킨의 신작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과거의 흔적을 눈으로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직접 재현해내는 실험고고학(Experimental Archaeology)의 흥미진진한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남아메리카, 이집트, 로마, 바이킹 시대, 중국, 멕시코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듭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학자들과 괴짜 전문가들은 잊혀진 과거의 기술을 되살려냅니다. 그들은 오줌과 피를 뒤집어쓰고, 고대 도기에서 추출한 효모로 빵을 구우며, 중세의 연고를 직접 입에 넣어 맛봅니다.


기존의 고고학이 땅을 파헤쳐 유물을 발굴하고 정밀 측정하여 분류하는 작업에 치중했다면, 실험고고학자들은 유물을 바라보며 추측하는 데 만족하지 않습니다. 당시의 재료를 구하고, 당시의 도구를 만들고, 당시의 방식으로 생활을 재현합니다. 그래야 유물이 왜 그런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연구자들은 우리가 떠올리는 과학자의 이미지와 꽤 다릅니다. 화학자와 미생물학자는 물론이고 셰프, 미용사, 문신 전문가, 생존기술 전문가까지 등장합니다. 고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구자가 됩니다.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 자체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과학이 완벽한 정답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수없이 몸으로 부딪히며 가능성을 좁혀가는 작업이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이집트의 빵과 맥주 재현 프로젝트는 실험고고학이 어떻게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아마추어 맥주 양조가이자 연구자인 세이머 블랙리는 고대 이집트 박물관의 도기 파편에 침투해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효모 포자를 추출하는 시도를 감행했습니다.


자기 집 뒷마당에 파라오 시대의 화덕을 만들었고,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 고대 이집트인이 사용한 것과 비슷한 아카시아나무를 구해와, 1년 동안의 연습 끝에 해냅니다.


고대 이집트 맥주를 재현해 직접 음용하는 실험도 흥미진진합니다. 실험고고학은 박물관의 시각적 유물에 냄새와 맛, 풍미라는 다차원적 감각을 입혀 과거의 문화를 입체적으로 체감하게 해줍니다.


고대 항생제 연구는 과거의 재현을 넘어 현대 과학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단초를 제공합니다. 연구진은 중세 10세기 문헌에 기술된 눈 연고(와인, 마늘, 양파, 소 쓸개즙 등을 혼합한 처방)를 원본 그대로 제조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온 예기치 않은 감염을 계기로 이 괴괴한 혼합물을 직접 자신의 몸에 시험하는 기행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연구하는 이유는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잊혀진 지식 속에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오래된 것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데 익숙하지만, 실험고고학은 오래된 것이 반드시 뒤처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기술이 현대 과학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여는 장면은 과거와 현재가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투창기와 활·화살의 물리적 역학을 비교 분석하는 에피소드는 인류 역사에서 남녀의 역할 분담이 생물학적 조건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문화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투창기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 던지는 경우가 많지만 활과 화살은 대체로 남자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고, 그 결과 활과 화살은 남자가 지배하는 무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사격장에서 중세 화약과 복제 대포를 발사하는 실험, 무두질 가죽을 다루는 야생 자연 학교의 생생한 풍경 등 도구와 무기를 직접 만들어 작동시켜보는 실험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온몸의 감각으로 고대 인류의 진짜 삶과 만나는 지적 모험 『실험하는 고고학자』. 고대 로마 여성의 머리 모양을 재현하기 위해 미술관 흉상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미용사, 중세 화약 제조법을 되살리는 화학자, 트레뷰셋을 직접 만들어 발사하는 역사학자까지. 얼핏 보면 취미 생활처럼 보이는 실험들입니다. 호기심 하나가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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