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리사 주얼의 장편소설 『진실은 없다』 (원제 None of This Is True)는 현대인의 관음증적 속성과 미디어가 재구성하는 진실의 허구성을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진실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습니다.
저자 리사 주얼은 일상적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에서 점차 인간의 심리 깊숙한 어둠을 파고드는 스릴러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폭력을 탐구해왔습니다. 『진실은 없다』는 트루 크라임 콘텐츠라는 장치를 결합해 서사의 밀도를 끌어올립니다.
인기 팟캐스터 알릭스 서머는 마흔다섯 번째 생일날, 단골 펍에서 자신과 같은 날 태어난 조시 페어라는 여성을 만납니다. 버스데이 트윈이라는 우연한 접점. 그런데 여기서 리사 주얼이 독자에게 슬쩍 건네는 첫 번째 힌트가 있습니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실제로 얼마나 설계된 것인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 질문이 섬뜩하게 되돌아옵니다.

초반은 알릭스와 조시가 팟캐스트 녹음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습니다. 소설 속 팟캐스트 대본이 실제로 텍스트로 삽입되는 구조는 읽는 내내 지금 이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 청취자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조시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소아성애자 아버지, 통제적인 남편, 기괴한 가족사. 팟캐스터 알릭스는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가 팔릴 것임을 직감합니다. 그러다 조시의 남편 월터가 그녀를 폭행했다는 고백을 듣고 연민을 느끼며 그녀를 자신의 삶 속으로 깊이 들여보냅니다.
알릭스는 직감했습니다. 조시가 불편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팟캐스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선택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심리 지점입니다. 나쁜 판단을 내리는 영리한 사람을 그리는 데 탁월한 작가입니다. 알릭스는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지만 왜 조시를 놓지 못했을까요.
알릭스는 일상의 지루함과 남편과의 불화를 잊기 위해 조시의 비극에 탐닉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일상이 지루했던 것 같아요. … 내 문제를 덮어둘 수 있다는 것, 그냥 그 이유였어요. 직감적으로 아니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는데도 의식적으로 무시했어요.”라며 타인의 불행을 콘텐츠로 소비하며 자신의 결핍을 위로받으려는 심리를 보여줍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조시는 알릭스의 옷차림을 흉내 내고 그녀의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삶을 침범합니다. 알릭스는 조시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그 뒤에 숨겨진 더 큰 진실을 향한 갈증을 멈추지 못합니다.

가스라이팅을 서사 구조 자체에 내장시킨 『진실은 없다』. 독자 역시 알릭스처럼 계속해서 조시를 판단했다가 의심하고, 동정했다가 두려워합니다. 조시는 피해자의 얼굴을 한 포식자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구원이 필요한 영혼일까요?
리사 주얼 작가는 정보는 최소화하고 긴장감은 최대치로 끌어올린 채, 이야기의 전모를 절대로 내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아직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결말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보게 만드는 구조의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넷플릭스 제작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을 먼저 읽은 독자만이 누릴 수 있는 비교의 쾌감을 맛볼 수 있을 테니 기대됩니다.
팟캐스트라는 서사 장치는 소설의 구조와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팟캐스트는 기본적으로 편집된 진실을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우리는 알릭스가 기록한 음성과 편집된 이야기, 그리고 후속 사건들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엇이 생략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완결된 진실을 밝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