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 시집은 조금 특별합니다. 눈으로 읽는 종이 뭉치가 아니라, 코끝으로 먼저 마중 나오는 숲의 기억을 오롯이 느낄 수 있거든요. 풀꽃 시인 나태주와 향기작가 한서형이 협업한 세 번째 마음 향기시집 『감사 네가 세상에 있어서』.
우리는 흔히 감사할 일이 생겨야 감사를 한다고 믿습니다. 보너스를 받거나, 시험에 합격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말이죠. 하지만 『감사 네가 세상에 있어서』는 그 인과관계를 뒤집습니다. 감사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며, 수동적인 반응이 아니라 능동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읽는다기보다 머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다정한 언어로,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여기에 한서형 향기작가의 작업이 더해지면서, 이 책은 감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숨으로 들이마실 수 있는 형태로 완성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감사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옵니다. 고대 신전을 짓는 데 쓰였다는 시더우드를 중심으로 자연의 모든 층위를 쌓아 올린 명상적인 나무의 향이 시집을 가까이 하는 내내 곁에 머뭅니다.

감사는 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아닙니다. 이미 살아내고 있는 하루를 인식하는 감각,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삶을 버텨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늘 그래왔듯, 감사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피어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주 세밀한 지점들에서의 감사를 포착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어쩌면 감사한 일이 없기 때문에 감사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지로라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감사하지 않은 나의 삶이나 주변 환경이 감사한 것으로 바뀌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 참 이것은 놀라운 매직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시인은 감사를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상정합니다. 삶이 팍팍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보통 원망을 선택하죠. 하지만 시인은 그 지점에서 의도적으로 감사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는 겁니다.
시 「변하는 세상에」는 이런 관점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 자연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 사물이 변하고 / 사람 마음마저 변해도 / 너를 사랑했던 마음은 / 그대로 변하지 않지 / 그 자리에 있지 /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고 / 맑고도 깨끗한 너의 인생 / 그 인생과 함께한 / 나의 날들에게 감사해 / 너에게 더욱 감사해."라고요.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너를 사랑했던 마음'과 '너의 존재'를 변하지 않는 상수로 고정해둡니다. 그리고 그 고정된 존재를 향해 감사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삶 전체를 긍정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시 「괜찮아」에서는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 서툰 것이 인생이란다 / 조금쯤 틀려도 괜찮아 /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 / 어찌 우리가 모든 걸 / 미리 알고 세상에 왔겠니!"라며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지만, '모르고 온 세상'이기에 서툰 것이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시인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이 당연함을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감사의 싹이 틉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감사의 조건이 되는 겁니다.
삶에 대한 경외와 현재의 소중함을 다룬 시들이 펼쳐집니다. 특히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인 터미널 기사식당을 배경으로 쓴 시 「말미」가 재밌습니다.

"우동국물 뜨겁다 / 천안시외버스터미널 / 기사식당 / 내가 다시 살아서 또 / 이 우동을 먹는구나! / 후후 불면서 우동국물 / 끝까지 다 마신다."라는 시에서 현재의 소중함이 절절하게 담겼습니다. 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적 확인입니다. 주어진 삶의 순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온전히 누리겠다는 의지력이 느껴져 힘이 됩니다.
「새벽 감성을 당신에게」는 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준 '당신'에 대한 깊은 부채감과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공감의 감사입니다. 하지만 "고마워요. 미안해요. 감사해요. 이제는 이 말을 좀 받아줘요."라는 문장에서 그 대상이 반드시 타인일 필요는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정작 뒷전으로 밀려났던 과거의 나, 혹은 오늘 하루를 버텨낸 현재의 나에게 이 문장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감사는 타인에 대한 예우를 넘어 나 자신을 향한 가장 따뜻한 구원이자 화해의 몸짓이 됩니다.
책에 스민 시더우드 향이 숲의 묵직한 지지력이 되어주듯,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우리가 아플 때나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마음의 기둥이 되어줍니다.
'행운의 항목' 페이지는 직접 감사한 존재를 쓸 수 있습니다. 시를 읽고 향기를 맡으며 정화된 마음에 구체적인 감사의 대상을 새겨 넣는 의식입니다. 눈으로 읽고, 코로 맡고, 손으로 쓰는 경험까지 선사합니다. 나태주 한서형 마음 향기시집 시리즈는 사랑, 소망에 이어 감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제는 무엇일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