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제레미 모로(Jeremie Moreau)의 신작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감각하고, 끝내는 삶의 태도까지 흔들어 놓는 멋진 책입니다.
자연을 그저 배경으로 소비하는 서사가 아니라, 생명과 죽음의 드라마가 서로를 잇고 끊는 거대한 생태적 무대를 보여줍니다.
『알리트』는 서정적이면서도, 잔혹하고, 철학적입니다. 작은 개구리의 삶을 따라가지만, 사실 이 책은 모든 생명에 관한 우주적 메타포입니다.
알리트의 이야기는 어떤 영웅담도, 어떤 낭만적 탄생 서사도 아닙니다. 세상과의 접촉은 폭력적 충돌로 시작됩니다.

뒷다리에 알을 매달고 레탈리트를 건너던 개구리.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려온 무언가에 치입니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연못에 도착하지만,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하나에서 '알리트'가 부화합니다.
생명의 시작이 곧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생명이라는 무게. 알리트는 태어나자마자 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자신이 왜 '알리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본능적으로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면서요. 이 이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까지의 여정이 핵심 서사입니다.
알리트의 눈높이에서 올려다보는 세상은 경외감으로 가득합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작은 연못일지 몰라도, 알리트에게는 광활한 대양입니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자갈밭일지 몰라도, 알리트에게는 험준한 산맥입니다.
알리트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가 만나는 무수히 많은 생명들입니다. 연어 이오드, 산양 플롱크, 신비로운 고목 악손... 각각의 만남은 알리트에게 삶의 다른 측면을 가르쳐줍니다.
만남들은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가차 없습니다. 모두 생존의 경계에서 알리트를 스쳐 지나갑니다. 자연의 질서는 무감합니다. 알리트는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겨우 살아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모든 경험이 알리트를 세계와 연결하고, 살아 있다는 감각을 한 겹씩 쌓아가게 합니다. 그들이 떠난 뒤 남는 감정은 상실보다 전달된 무게입니다. 생명은 고립된 섬이 아닙니다. 수많은 관계와 우연, 희생과 연대 속에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알리트는 매번 조금씩 변합니다. 용기를 얻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이 세계의 순환 구조 속에서 어떤 기억을 이어받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이미 모로 작가는 대사를 최소화하고 이미지로 말합니다. 긴 설명 대신 한 컷의 그림이, 장황한 대화 대신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그래픽 노블의 힘입니다. 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냅니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알리트가 뒷다리에 알을 매달고 레탈리트를 건너려 합니다. 긴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이 바로 생명의 순환입니다. 끝은 곧 시작이고, 죽음은 곧 탄생입니다.
뒷다리에 알을 매달고 돌보다가 물가에 알을 떼어내는 수컷 산파개구리의 삶. 다음 세대의 생명을 품고 이동하며 생명을 다시 잇는 순환의 산파 역할을 수행합니다. 검은 선이 끊어놓은 자연의 흐름을 알리트가 직접 자신의 몸으로 이어 붙입니다.
길가에 핀 들꽃 하나, 물웅덩이에 사는 작은 생명체 하나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들 각각이 알리트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직선이 세상을 가르더라도, 원은 멈추지 않습니다. 자연의 힘입니다. 모로의 시각 언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과 직선의 대조입니다. 그의 자연은 부드러운 원과 곡선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생명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원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검은 직선이 등장합니다. '레탈리트'라는 이름의 이 직선은 둥근 세상을 날카롭게 가릅니다. 원과 직선의 시각적 대비는 자연을 향한 인간 문명의 폭력을 상징합니다. 그 선 위에서 수많은 생명이 스러집니다. 육중한 기계가 내뿜는 굉음과 속도 앞에서 자연은 너무나 무력해 보입니다.
하지만 『알리트』는 자연을 패배자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이 단절된 틈을 또 다른 생명으로 채우며 끊어진 세상을 잇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알리트가 결국 그 검은 선을 스스로 넘어야 한다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담대함을 목격합니다.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는 작은 생명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찬가이자, 자연의 회복력을 증언하는 기록이며, 모든 존재의 연결성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를 상기시키는 아름다운 서사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알리트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잔향처럼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