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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자의 마음 공부
  • 장석주
  • 16,920원 (10%940)
  • 2025-11-17
  • : 2,19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노자의 마음 공부』는 노자를 삶을 관찰하는 마음의 언어로 소개합니다. 수많은 책을 읽고 쓰며 평생을 문장과 함께 살아온 장석주 작가는 왜 그 많은 고전 가운데서도 노자에게 돌아왔을까요? 노자의 문장들이 우리가 잃어버린 중심을 다시 찾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즘, 비움. 그 원조 격인 고전 《도덕경》은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습니다. 하지만 장석주 작가는 마음이 흐트러지고 매사 성급해질 때마다 《도덕경》을 꺼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연히 펼친 문장의 한 줄이 그의 하루를 바꿉니다.


『노자의 마음 공부』는 《도덕경》 81장 중 가장 절실하게 만날 필요가 있는 34장을 선별해 해설합니다. 고전의 문장과 현대의 삶이 서로 연결되도록 만든 다리 같은 책입니다. 복잡한 세계 속에서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불안, 과잉의 시대에 멈춤을 배우고 싶다는 갈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와닿습니다.





지금 우리는 물질과 정보뿐 아니라 관계, 경쟁, 인생의 목표까지 과잉인 시대를 살아갑니다.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가져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믿으며 무언가를 채우기에 바쁜 나날 끝에 결국 소진되고 맙니다. 현대인의 불안과 피로는 이 끝없는 채움의 강박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자는 이미 2500년 전에 이 문제를 간파했습니다. 주나라의 문헌을 맡아 보던 관리였던 그는 왕권이 쇠락하자 조용히 나라를 떠나며 관문지기 윤희의 요청으로 약 5천 자의 글을 남겼는데, 이것이 바로 《도덕경》입니다. 공자보다 앞선 인물로, 공자가 그에게 예(禮)를 묻기 위해 찾아갔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헤겔과 톨스토이를 비롯한 동서양 수많은 사상가에게 영감을 준 노자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을 줍니다.


첫 번째 장은 '물처럼 살라'는 주제로 노자 철학의 핵심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노자도, 맹자도, 공자도 다 물을 좋아했다. 이들은 물을 즐겨 관조하고, 항상 물의 덕을 예찬했다"라고 말합니다.


왜 동양의 현자들은 물을 좋아했을까요? 물이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물은 땅에서 솟아나 마르지 않게 흐르며 온갖 초목을 키우고, 뭇 생명들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베풀고 땅을 비옥하게 만들지만 제 덕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동양의 현자들은 물이 무위에 처하는 것에 감탄하고, 물의 생리에서 도가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장석주 작가는 부드러움의 힘으로 해석합니다. 그러고 보니 부드러움을 무기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대부분 관계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소리치지 않아도 존재감이 드러나고, 화내지 않아도 영향력이 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사회에서도 낮은 자리의 힘은 강합니다. 겸손이 단순한 미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지혜가 되는 셈입니다.





두 번째 장은 만족과 고요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도덕경》 44장의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간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더 가지려 들면 늘 모자라지만, 적은 것으로 만족하면 오히려 넉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어와 조절, 적당히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지혜입니다.


《도덕경》 16장 '결국 뿌리로 돌아가니 이는 맑고 고요함이다'에서 저자는 비움과 고요의 관계를 이야기 합니다. "노자도 비움과 고요함을 권유한다. 고요함은 노자 철학의 핵심 가치다. '허虛'는 비움이고, '정靜'은 고요다. 허의 지극함 속에 정이 깃든다. 비움과 고요는 따로 있지 않고 하나로 움직인다. 비워야 고요해지고 고요해져야 비울 수 있는 까닭이다"라고 말합니다.


살아가는데 왜 비움이 필요할까요? 덜어내고 비워서 적게 가지면 번뇌가 줍니다. 반대로 많이 가지면 번뇌도 커집니다. 덜어내고 작은 소유에 자족함으로써 돈이 쓸데없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돈은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지만 그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삶은 비루해집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재물을 많이 쌓는 게 아니라 건강과 생명을 북돋는 일이며, 활기차게 사는 것, 보람과 가치를 추구하며 영혼의 점진적인 진화를 꾀하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세 번째 장은 성취와 성숙에 관한 노자의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도덕경》 41장의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라는 말은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합니다. 진정한 성취는 시간이 필요하며, 서두름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뜻입니다. 진짜 역량은 빠른 성취가 아니라 깊게 쌓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도덕경》 58장 '빛나되 번쩍이지 마라'라는 문장은 셀프 브랜딩 열풍에 대한 경고처럼 들립니다. 누구나 SNS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려 하지만, 노자는 오히려 절제와 은은함을 권합니다. 진짜 빛나는 사람은 번쩍이지 않아도 알아보게 되어 있으니까요.





『노자의 마음 공부』는 삶의 정돈을 돕는 문장집이며 지나치게 빠른 시대를 견디기 위한 속도 조절 장치입니다. 물처럼 흐르는 삶의 태도, 덜어낼수록 넉넉해지는 마음, 낮아질 때 더 단단해지는 내면, 늦더라도 크게 완성되는 사람, 조용하고 고요한 중심으로 돌아오는 삶...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분주하게 놓치고 살았던 본래의 나를 다시 만나는 경험을 안겨줍니다. 어떤 페이지를 펼치든 거기에는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 있습니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멈춰 서서 방향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고, 천천히 가는 것이 오히려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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