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별빛의 향기로 다시 피어난 윤동주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종로문화재단 윤동주문학관과 국내 1호 향기작가 한서형 작가가 협업하여 펴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숨결을 향기로 다시 불러내는 시집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암흑기 속에서 윤동주 시인이 남긴 시어들은 한 인간이 시대와 맞서는 가장 고요한 저항이었습니다. 폭력의 시대에 침묵 대신 언어를 남겼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물여덟, 너무도 짧았던 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언어는 80년이 지난 오늘, 향기로 피어납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서시」)라고 노래하며, 시를 자기 고백이자 민족의 기도문으로 바꾸었습니다. 향기시집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별빛, 바람, 그리고 향기. 세 가지 감각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 「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시」, 「별 헤는 밤」, 「십자가」 같은 고요하고 성찰적인 윤동주의 이미지와는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어 재밌게 읽었습니다. 보통 윤동주의 시 세계는 순결한 양심의 고백, 별빛 같은 언어의 서정으로 대표됩니다. 그런데 "이 개 더럽잖니 / 아니 이웃집 덜렁 수캐가…"로 시작하는 「개」에서는 풍자적인 시선을 보여줍니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시 120편과 시인의 색다른 면모를 만나게 될 산문도 4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세계관이 형성되던 초기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시기는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숨결에 집중하는 자연시가 많습니다.
햇빛, 바람, 구름, 나무, 우정은 그에게 하나의 생태적 언어였습니다. 이 시집에서 한서형 향기작가는 그 자연의 이미지를 향으로 재해석합니다. 유향과 몰약, 편백과 재스민이 섞인 향은 시인이 말한 자연의 호흡을 연상시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향을 맡으며 시인의 자연철학을 후각적으로 감각하게 됩니다.
2부는 한층 인간적입니다. 유년의 감수성이 짙은 작품들이 담겼습니다. 전쟁과 억압의 시대를 살았던 시인이 얼마나 일상의 온기를 갈망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윤동주의 시는 서정적이지만, 그 서정은 결코 나약하지 않습니다. 결핍 속에서도 생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의연한 청년이었습니다. 한서형 향기작가는 이런 감정을 따뜻한 베르가모트의 향으로 표현합니다. 겨울의 찬 공기 속에서도 희망의 온도를 잃지 않은 윤동주의 마음이 그 향 속에 녹아 있는 듯합니다.
윤동주의 순결한 시선은 마치 향수의 잔향처럼 오래 남습니다. 그의 시는 외적인 화려함이 아니라 내적인 청정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씻어냅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윤동주 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시들이 등장합니다. 「자화상」, 「십자가」, 「참회록」, 「쉽게 씌어진 시」, 그리고 대표작 「별 헤는 밤」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자기 자신을 직시하던 고통의 시기, 청춘의 내면이 깊게 새겨진 순간입니다.
"괴롬의 거리 / 회색빛 밤거리를 / 걷고 있는 이 마음"(「거리에서」)이라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것은 시대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는 의지입니다. 「자화상」에서는 "산모퉁이를 돌아 / 남처럼 생긴 나를 본다"라고 고백합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절박한 시도의 언어입니다.
「별 헤는 밤」의 유명한 구절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은 향기시집의 정서와 맞닿아 있습니다. 유향과 몰약, 그리고 밤의 여왕이라 불리는 재스민 향이 겹겹이 피어오르며 별빛의 감정선을 구현합니다. 한서형 작가의 별빛 향기는 보이지 않는 시와도 같습니다. 은은히 남아 감각을 깨웁니다.
시인에게 바치는 조용한 제향(祭香)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시와 한서형의 향은 모두 화려하지 않음을 미학으로 삼습니다. 절제된 아름다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진정성. 향기작가는 시를 읽는 행위를 감각의 연대로 확장시켰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꿈꿨던 해방이 찾아온 지 80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화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타인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고통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하며 시인이 품었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윤동주 시를 이미 사랑해온 분들에게도 시와 향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이 시집은 감각을 자극하면서 또다른 사유의 맛을 안겨줄 겁니다. 읽는 시에서 맡는 시로, 별빛처럼 은은한 감동이 마음에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