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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리뷰::알라딘
  • 정치하는 아이들
  • 김기수
  • 15,120원 (10%840)
  • 2025-07-28
  • : 2,67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계엄령 선포. 다음 날 아침,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계엄령이 선포됩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김선생님법'을 선포한다.”


김기수 교사는 독재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순간 얼어붙었지만 동시에 물음표가 떠오릅니다. “선생님이 이래도 돼요?” 그리고 그 물음표가 하나씩 느낌표로 바뀌는 과정을 <정치하는 아이들>은 흥미진진하고도 진지하게 보여줍니다.


이 동화책은 김기수 교사가 실제로 자신이 가르친 강릉의 한 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화입니다. 재미있는 학급 이야기를 넘어 정치가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 밀착된 것임을 아이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보여줍니다.


실제 뉴스에서도 화제가 된 '김선생님법'. 계엄령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탁월한 교육적 실험이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독재적인 규칙들을 만들어갑니다. 첫 번째 규칙은 친구가 때리면 같이 때리는 것이었고 두 번째 규칙은 친구를 때린 사람은 1시간 동안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데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처단'할 거야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갈등이 촉발되면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항의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우리반법'입니다. 일방적인 규율이 아닌, 모두가 참여해 만드는 새로운 규칙입니다. 정치의 본질이 결정 과정에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학교의 전통적인 회의 '다모임'에서는 급식 먹는 순서, 체험학습 장소, 도서 구입 예산 등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의견이 재밌습니다. 급식 순서 문제에서 저학년부터 vs 고학년부터 문제는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 구조를 축소판으로 보여줍니다. 기득권(고학년)과 소외계층(저학년) 간의 갈등,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민주적 과정 말이죠.


자기의 요구를 정당한 근거로 제시하는 정치적 행위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모임은 단지 회의체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살아보는 훈련장이 됩니다. 시민이 되는 것은 투표권을 갖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닥칩니다. 문제의 쪽지 한 장으로 시작된 갈등이 다모임 파업 선언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실제 정치 현실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택했지만, 결국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까지 민주주의가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위기를 맞고 극복해나가는 동적인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토론과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실제로 2024년 계엄령 사태 때 특별수업 자료를 만든 교사들이 많았다고 보도된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김기수 교사 또한 그런 순간에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체험으로 전달한 교육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념적 편향성을 경계하면서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시민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김선생님법'은 부당한 권력 일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육이었습니다.


시민이 되는 것은 나이나 법적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부당한 '김선생님법'에 맞서 스스로 '우리반법'을 만들어 저항하며 꼬마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권력의 부당함을 느끼고, 그에 맞서는 힘을 기르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민 교육의 핵심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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