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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유성호
  • 17,910원 (10%990)
  • 2025-04-16
  • : 24,53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유성호 교수는 죽음을 매일 만나는 사람입니다. 3,000건이 넘는 부검을 집도했고, 숱한 현장에서 죽은 자가 말하지 못한 진실을 들어왔습니다. 죽음을 가장 많이 보는 직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절실하게 삶을 생각합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이후 6년 만에 출간된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저자가 일 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유언을 통해 깨달은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실천적 지침서입니다.


이 책은 삶과 죽음, 애도와 기억, 유언과 유산이라는 인간 존재의 핵심 질문을 다룬 인문사회적 기록입니다. 저자의 시선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며, 통계가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목한 주제 중 하나는 좋은 죽음에 대한 고민입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과 권리 말입니다. 고통을 최소화하고 의미 있는 작별을 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바로 좋은 죽음의 핵심임을 일깨웁니다.


첫 번째 노트, 죽음을 배우는 시간 편에서는 죽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죽음은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라고 합니다.


죽음을 의식하면 삶에 더 겸손해지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며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죽음은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존재로 여겨지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이 더 충실한 삶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기에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삶에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좋은 삶'의 끝에는 '좋은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유성호 교수는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가 결국 좋은 삶을 만든다는 역설적 진리를 전합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존엄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인의 고통뿐 아니라 남겨진 자의 트라우마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의학자로서 직접 마주한 다양한 죽음의 사례와 함께 현대 사회에서 죽음의 권리와 관련된 윤리적 질문들을 탐구하기도 합니다. 연명의료, 존엄사, 안락사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의학적, 윤리적, 법적 관점에서 균형 있는 시각을 펼쳐 보입니다.


이 책은 법적 유언장을 권유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담은 기록으로서의 유언을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용서를 구하는 고백, 남기고 싶은 삶의 가치와 철학. 유언장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담는 서사입니다. 유언은 죽기 전에 쓰는 글이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한 문장입니다.


실제로 유언을 작성하면서 많은 이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삶을 정리하고, 갈등을 해소하게 됩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의 밀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죽음을 생각할수록 지금의 삶이 더 소중해집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죽음이 바꿔놓은 삶의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명사들의 유언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 유언이 담고 있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분석하며, 자신이 일 년에 한 번씩 작성하는 유언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줍니다.


자신의 부고를 미리 작성해 보거나 장례식을 상상해 보는 등 실천 방법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초판 한정 부록 더 잘 살기 위한 30일 유언 노트는 그저 노트 기능에 그치지 않고, 나 자신을 완성하는 작업으로서의 질문과 미션이 있어 유용합니다.


처음엔 불편하고 두려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정기적으로 돌아보고 기록하는 습관은 연령에 상관없이 더 충실한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 됩니다.


죽음은 가장 확실한 미래입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 그 누구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죽음을 관리할 수 있는 삶의 요소로 바라봅니다. 평소에 의료적 결정, 재산 분배, 인간관계 정리 등을 차분히 준비하면 마지막 순간의 혼란과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책입니다.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죽음 수업을 만나보세요. 유언 작성은 끝이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한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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