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와 로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행복아, 어서 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와 웹툰 작가 로로의 만남은 멋진 예술적 실험입니다. 더블북 출판사의 웹툰만화시집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이번 책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몽글몽글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만화처럼 시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태주 시인의 바람대로 이 책은 만화와 시의 경계를 허물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시를 접할 수 있게 합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그저 일러스트가 있는 시화집이 아닙니다. 나태주 시인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행복 시의 시어를 로로 (김수완, 김수빈 자매) 작가가 스토리화해서 완결성을 갖춘 감동 이야기로 선사하는 웹툰만화시집입니다.
스토리가 있다 보니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속에 진한 울림이 남아있습니다. 시가 머리로 읽히는 것을 넘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만끽해 봅니다.

<행복아, 어서 와>에 등장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시의 정서가 스토리 흐름 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키우고, 가족을 이루고, 자녀와 함께 성장해가는 여정을 어쩜 이렇게 감동적으로 그려냈을까요. 로로 작가의 그림은 일상 속 스침, 따스한 눈빛, 나란히 걷는 발걸음 등 부드럽게 시각화되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웁니다.
행복은 가족의 탄생으로 깊어집니다. 『딸아이』, 『행복 1』, 『행복 2』 같은 시는 부모가 되어가는 변화와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예쁘게 그려냅니다.
가족의 서사는 점차 아이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며 설레는 첫사랑을 경험합니다. 이 과정이 무척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사춘기 아이의 마음결을 훑듯 지나가며, 쉽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감각적으로 포착합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 그러고도 남는 날은 /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사는 법」) 시처럼,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가득합니다.
깨알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고양이의 존재입니다. 중요한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서사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이 고양이는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면에서부터 가족의 일상, 아이의 성장과 사랑까지 모든 순간에 함께합니다.
때로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살펴봐야 하는 장면도 있어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고양이는 사랑의 증인이자,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정서의 앵커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의 집합임을 알려줍니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내 감정에 솔직하고 그 순간에 충실할 때 비로소 피어나는 것입니다. 시는 말합니다. 행복은 '오늘'에 있다고요.
육아에 지치고, 현실을 살아내는 지금의 삶이 팍팍한 부모들에게 추천합니다. 조심스럽게 피어나던 설렘,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벅차오르던 기쁨, 말없이 번져가던 따스함, 웃음 짓게 만든 그 모든 순간들을 많이 잊고 지냈을 겁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잊고 있었던 그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글자로 느끼고 그림으로 보는 행복의 언어 <행복아, 어서 와>. 나태주 시인과 로로 작가가 전하는 마음의 선물을 받아보세요. 과장된 표현 없이도 감정을 뚜렷하게 전달하고, 평범한 날의 찬란함을 잘 포착한 시어와 그림이 깊은 여운을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