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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리뷰::알라딘
  • 바디올로지
  • 이유진
  • 17,820원 (10%990)
  • 2025-04-04
  • : 3,03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내 몸은 내 것. 정말 그럴까요? 이유진 기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에서 내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는 사회적 억압과 권력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바디올로지>는 몸은 그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과 담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신체 부위별로 새겨진 역사적 맥락을 풀어냅니다. 특히 머리카락에 관한 장은 한국 근현대사의 압축적 성장과 그 속에서의 인간 통제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한때 통통한 몸이 부와 건강의 상징이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동양에서도 전통적으로 건강한 신체가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현대에는 마른 몸이 미적 이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마름과 선명한 근육이 미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와 권력 구조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합니다. 신체의 이상적 기준을 따르기 위해 사람들은 다이어트, 운동, 성형 수술 등을 선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신체는 사회적 압박과 규율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성형, 털, 거식증 등에 대한 주제들이 이어집니다. 외모지상주의와 자기관리 담론이 어떻게 개인의 몸을 통제하는지 살펴봅니다. 한국 사회의 미용 성형 문화는 단순한 미적 욕구를 넘어 사회적 자본과 계급 상승의 도구로 기능한다고 합니다.


이 신체 규율은 다이어트 산업, 성형외과, 헬스장, 피트니스 제품 시장 등 자본주의 시스템과 맞물려 더욱 공고해집니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한 투자로서의 관리는 결국 정상적인 몸에 대한 정의를 좁게 만들 뿐입니다.


신체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은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거식증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여성을 '굶기는' 사회적 구조를 비판합니다. 날씬함에 대한 강박이 여성에 대한 통제 방식임을 역사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피부, 타투, 냄새와 체취, 손, 혀 등을 통해 우리 몸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탐색하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피부와 타투는 계급, 인종, 젠더의 정치학이 직접적으로 새겨지는 공간입니다.


"살면서 생긴 상처와 흉터, 뙤약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 나이 듦에 따라 생긴 검버섯과 기미도 모두 인생의 자국"이지만 우리는 이런 삶의 흔적들을 지우고 매끄러우면서도 하얀 피부를 이상적인 상태로 규정합니다. 저자는 이런 기준이 어떻게 인종차별주의와 연결되는지, 왜 피부 미백이 근대화와 계급 상승의 상징이 되었는지 짚어줍니다.


몸에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행위가 어떻게 저항과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어왔는지도 살펴봅니다. 한국 사회에서 문신은 범죄와 일탈의 표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자기표현과 정체성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장기기증 희망자임을 표시하는 유언형 문신이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치유적 문신 등 다양한 목적과 의미를 담은 타투 문화는 몸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입니다.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확산되며, 신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신체에 대한 인식을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흐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몸의 상실과 변형, 죽음과 부활 등 몸의 소멸과 그 의미를 탐색합니다.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살점이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는지, 어떤 몸이 애도의 대상이 되고 어떤 몸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생학에서부터 현대의 육식 산업까지, 몸을 등급화하고 서열화하는 방식은 결국 인간의 가치를 차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냉전 시대 악바리처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사상은 신자유주의 시대 '먹고사니즘'으로 변형되었다."라고 말하며 생존 게임 예능의 인기까지, 생존 사상은 깊게 뿌리내린 집단적 감각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생존주의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적 합리성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합니다.


<바디올로지>는 단순한 신체 담론을 넘어 한국 사회의 역사와 현재를 읽어내는 렌즈입니다.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 권력과 저항, 억압과 해방의 역동적인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내 몸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억압의 메커니즘을 가려내고, 몸을 통제하려는 권력에 저항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일깨웁니다. 더 마르게, 더 건강하게, 더 젊게. 이 기준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에 대한 만족과 건강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의 몸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누가 우리 몸의 기준을 정하는가? 어떤 몸이 가치 있는 몸인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바디올로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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