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화장품을 넘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K-뷰티. 한국의 뷰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K-뷰티 용어가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는 단순한 제품력이나 마케팅 전략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고병수 저자의 <K-뷰티 탐미: 다섯 가지 힘>은 바로 그 무언가를 한국 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찾아냅니다. 코스맥스, 셀트리온 등 국내 유수 기업에서 마케팅 전략을 이끌었던 저자는 뷰티 인문학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K-뷰티의 성공 비결을 풀어냅니다.
K-뷰티를 단순한 산업적 성공 사례가 아닌,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가 응축된 현상으로 바라봅니다. K-뷰티는 어떻게 글로벌 뷰티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었을까요?

K-뷰티의 첫 번째 원동력으로 저자는 흥미롭게도 '아줌마'를 꼽습니다. 단순히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화장품 산업의 초기 유통망을 형성했던 방문 판매원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이나 코리아나 같은 화장품 회사들은 '방판'이라 불리는 방문 판매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여성 판매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고,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뷰티 컨설턴트 역할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아줌마의 힘'이 K-뷰티의 고객 지향적 특성과 맞춤형 서비스 DNA의 기원이라고 분석합니다. 화장품 하나를 팔기 위해 고객의 피부 타입부터 생활 습관, 심지어 가족 관계까지 파악했던 방판 아줌마들의 영업 방식은 오늘날 K-뷰티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원형이라고 말입니다.
두 번째 힘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생존 경쟁 구도입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외모가 단순한 미적 가치를 넘어 생존의 도구로 기능해왔다고 짚어줍니다. 취업 면접에서 증명사진을 요구하는 관행, 학교와 직장에서의 외모 평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외적 이미지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압력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K-뷰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눈높이가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렸고,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됩니다.
K-뷰티의 세 번째 원동력으로 저자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그로부터 얻은 지혜를 꼽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기후 특성상, 한국인들은 계절에 맞춰 피부를 관리하는 지혜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자연과의 조화는 K-뷰티 제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녹차, 인삼, 쌀, 연꽃, 동백 등 한국 자연에서 찾은 성분들이 화장품의 주요 원료로 활용되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서양의 화학 기반 스킨케어와 달리, K-뷰티는 자연의 지혜와 현대 과학을 결합한 '자연주의 혁신'을 이뤄냈다고 합니다. 특히 한방(韓方)의 원리가 현대 화장품 제조 기술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점을 강조합니다.
K-뷰티의 성공이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과 전통 지식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이 산업적 경쟁력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힘은 한국인의 손재주에서 비롯된 정교한 제형 기술입니다. 이어령 선생님도 <너 누구니>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으로 젓가락 문화유전자를 손꼽았는데요. 고병수 저자도 한국인들이 역사적으로 발전시켜온 세밀한 공예 기술과 손끝 감각이 현대 화장품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합니다.
K-뷰티의 대표적 혁신 중 하나인 마스크 시트는 이 정교함의 결정체라고 합니다. 얼굴 곡선에 완벽하게 밀착되는 시트의 디자인, 에센스의 적절한 함유량, 사용감의 섬세한 조율 등은 단순한 기술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장인 정신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쿠션 파운데이션, 마스크 팩, 에어퍼프 등 K-뷰티가 세계에 선보인 혁신적 제품들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완벽한 사용감을 위한 수천 번의 시행착오와 세밀한 조정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힘으로 저자는 한류의 영향력을 꼽습니다. K-드라마, K-팝 스타들의 완벽에 가까운 피부와 세련된 메이크업은 자연스럽게 K-뷰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저자는 K-뷰티가 단독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K-콘텐츠와 K-푸드 등 한국 문화의 전반적인 글로벌화 흐름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한류 스타들의 뷰티 루틴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공유되면서, K-뷰티는 접근 가능한 럭셔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게다가 한류와 K-뷰티의 상호작용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한국 사회의 문화적 역동성과 창의성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K-뷰티의 성공이 제품력이나 마케팅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든 총체적 현상임을 짚어주는 <K-뷰티 탐미: 다섯 가지 힘>.
K-뷰티를 한국적 탐미주의의 발현으로 바라보는 인문학적 시각이 독특합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보편적 욕구가 한국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산업과 문화, 역사와 현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K-뷰티 현상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적 가치가 어떻게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