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소설 <밤의 학교>. 주인공과 친구들이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면서 역사적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닌, 시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울림을 줍니다. 읽는 내내 역사적 현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유의미한 감정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지환, 기웅, 은서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실체 엽서(누군가 이미 사용한 엽서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를 모으는 지환은 어느 날 흐릿하게 사연만 남은 엽서 한 장을 마주합니다.

중국 쿤밍에 도착했다며,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이 엽서를 본 이후 지환에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느 날 자정 시간에 학교에 남아있던 지환은 기이한 현상을 겪으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은 1909년입니다.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매일 밤 일어납니다.
한 장의 빛바랜 엽서를 통해 시작된 여정. 밤의 학교는 일제강점기의 결정적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지환, 기웅, 은서 세 친구가 밤의 학교에서 경험하는 초현실적 경험은 우리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는 생생한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권기옥 지사의 비행사 훈련, 윤동주 시인의 북간도 생활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합니다.
"채가구는 작은 역이야. 하지만 하얼빈에 가는 모든 열차는 여기서 일단 멈춰야 해. 열차 선로를 바꿔야 하거든. 우덕순 동지와 조도선 동지는 그때를 노렸던 거야."라는 대화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단독 행동이 아닌 여러 독립운동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였던 권기옥 지사가 다닌 숭의여학교의 비밀결사대 송죽회, 1907년 헤이그 특사 이야기, 김구 선생의 일화 등에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
<밤의 학교>는 독특한 서사 구조로 끌어갑니다. 현재의 고등학교 생활과 과거의 역사적 순간들을 교차시키며, 여기에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대본까지. 이런 액자 구조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연극 형식으로 삽입된 장면들은 아이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입장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역사를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연극이라는 결과물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동아리가 협력하는 모습은 독립운동가들이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았던 과거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현재의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밤의 학교>는 그저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지키고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역사의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전의 나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라고 생각한 지환이처럼 주인공들은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현재 삶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비로소 실감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아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용기를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이, 윤봉길 의사와 송몽규 지사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수많은 애국지사의 희생과 신념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닿아 있습니다." - 작가의 말 中
작가가 '백범 김구 선생이 유관순 열사를 안아준다'는 문장을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서 떠올린 것처럼, 유관순 열사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잘 담긴 소설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넘나드는 역사 판타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고 말이죠. 밤의 학교에서 마주한 역사의 현장, 그들의 희생과 용기가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일깨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