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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열하일기』, 『허생전』, 『양반전』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인 연암 박지원. 그의 삶 속, 덜 알려진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안의현 수령으로 재직했던 4년 2개월의 시간입니다.
정길연의 장편 역사소설 <안의, 별사>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연암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연암이 남긴 글과 사료를 바탕으로 그의 내면 깊숙한 곳을 탐색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히 그려냅니다.
연암 박지원과 가상의 여인 은용의 서사가 번갈아가며 진행합니다. 박지원의 서사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펼쳐내고, 남편을 일찍 여읜 은용의 이야기는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박지원이 현감 생활을 끝내고 떠나며 은용에게 서신과 함께 분재 매화를 돌려보냅니다. 둘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설렘 가득한 궁금증을 가진 채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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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안의현 시절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기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 공백을 주목하여 중년의 박지원이 함양군 안의면에 수령으로 부임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기발한 풍자가 일품이었던 문사로 알고 있었던 연암. 소설 속에서는 그 이면에 감춰진 비분강개함과 우울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암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조선 후기 사회의 한계에 대한 고뇌를 상징하는 문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고통받으며, 그 고통은 글과 정치 그리고 인간관계에 스며듭니다.
연암은 관직에 올랐음에도 부패와 권력 남용에 물들지 않았습니다. "포흠이 무엇이냐? 백성의 구제를 위해 비축한 관의 재물을 사사로이 축내거나 빼돌리는 짓, 곧 횡령이다." (p.125)처럼 연암의 청렴성과 정의감의 표상을 드러내는 문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하일기』의 저자답게 박지원은 일상의 작은 관찰조차 이용후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록했습니다. 방대한 문헌 고증과 문학적 감수성을 한데 버무려 연암의 삶과 사유를 깊이 탐구하며 써 내려간 정길연 작가. 연암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를 이상화 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약점과 고뇌까지 담아내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연암은 이용후생의 실학 정신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습니다. 안의현에서의 정치는 백성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겁니다. 연암은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며, 진정한 지도자는 사리사욕이 아닌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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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또 다른 화자인 은용은 단순한 허구적 인물로 치부하기 아깝습니다. 작가의 연암에 대한 애정이 투영된 존재입니다. 은용의 방황은 연암의 고독과 맞닿아 있습니다. 연암의 또 다른 자아로서 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흥미롭게도 연암의 수필 『열녀함양박씨전 병서』가 안의현 재직 시 경험한 열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고 합니다. 과부의 수절을 강요하는 당대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연암의 시선을 <안의, 별사>의 은용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풍경 속 연암의 내면과 시대적 고뇌를 포착한 서사 <안의, 별사>. 박지원의 실학자적 면모와 문인으로서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멋진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