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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루스트와 오징어
  • 매리언 울프
  • 17,820원 (10%990)
  • 2024-06-20
  • : 6,000



글을 읽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시죠? 당연시했던 그 생각이 바로 고정관념이었습니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라고 단언합니다. 독서는 인류의 발명품이라고 말이죠.


인류의 역사에서 불과 몇 천 년 전만 해도 읽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 몸엔 독서만 전담하는 고유한 유전자 따위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뇌는 문자를 해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되었을까요?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전문가 매리언 울프는 인류가 문자를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경이로운 여정을 펼쳐 보입니다.


제목 <프루스트와 오징어 원제 Proust and the Squid>가 기묘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유명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하등생물로 과소평가된 오징어 조합이라니!


매리언 울프는 이 둘을 독서의 두 가지 상징으로 묘사합니다. 프루스트는 독서가 우리에게 정신적 깊이를 제공하는 과정을, 오징어는 독서가 뇌의 복잡한 신경 회로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나타냅니다. 개인적이고 지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측면 두가지 특징을 살펴봐야 독서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리언 울프는 책을 읽는 행위가 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인류의 문명 발전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고대 수메르와 이집트에서 문자가 발명된 순간부터 인류는 글자를 해독하기 위해 뇌의 특정한 회로를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뇌 가소성의 힘으로 말이죠. 이 책에서는 신경과학적 발견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며 독서가 인간의 뇌를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보여줍니다.


한국어 문자 체계 특징도 소개되어 있어 재미있습니다. 한글이 주요 문자 체계이지만 자라면서 한자도 배우는 경우 한국인 독서가의 뇌는 두 가지 문자 체계를 처리하도록 변형됩니다. 언어마다 뇌가 반응하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다는 게 무척 신기했습니다.


독서는 시각, 청각, 언어, 개념 영역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뇌의 능력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물학적으로 다 때가 있기 마련인 겁니다. 그래서 영유아 시기에는 말 걸고 책 읽어주고 말 들어주는 밥상머리 대화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5년 동안이 기초를 튼튼히 세우는 시간입니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 발달의 역동적 변화를 다섯 단계로 구분합니다. 생후 5년간은 입문 단계의 예비 독서가입니다. 기초적인 해독이 가능한 일고여덟살이 되면 초보 독서가가 됩니다. 이후 주어진 정보를 뛰어넘는 방법을 배우는 해독하는 독서가, 감정 도출이 필요한 유창하게 해독하는 독서가 그리고의미론적, 통사론적 프로세스 등을 사용해 텍스트를 이해하는 숙련된 독서가에 이릅니다.


"다양하고 많은 뇌의 부분을 사용하는 숙련된 독서가는 끝없이 확장되는 인간 지성의 진화를 보여주는 살아 움직이는 증거다." - P284


매리언 울프는 난독증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난독증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독서 회로 연결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울프의 아들도 난독증이고, 흥미롭게도 난독증을 가진 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토머스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은 모두 난독증을 겪었지만, 그들의 독창적인 사고와 혁신은 인류사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난독증을 겪은 이들이 어떻게 창조성과 혁신을 촉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난독증이 결코 약점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글자를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대신에 맥락과 패턴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려고 하거든요. 전통적인 독서 방법과는 다른 접근 방식인 셈입니다. 학습 스타일의 차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난독증을 단순한 결핍으로 보지 않고, 창조성과 관련된 뇌의 독특한 기능으로 간주하는 저자의 관점은 난독증 환자들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 새로운 방향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일상이 되었고,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울프는 이러한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독서 습관과 깊이 있는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디지털 기기는 즉각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뇌를 즉각적인 자극에 길들이고 있습니다. 현대의 디지털 문화가 우리의 집중력과 깊이 있는 독서를 방해합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독서에 대해 가졌던 우려를 상기시키며(소크라테스는 구어 문화 옹호자로 문자 문화를 반대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제자 플라톤은 꼼꼼히 받아 적었지만요), 디지털 매체가 우리의 사고를 얕고 표면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매리언 울프는 우리가 독서를 통해 어떻게 더 나은 생각을 하고, 더 깊은 공감을 느끼며, 더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깊이 있는 독서를 왜 다시 배워야 하는지 안내하는 <프루스트와 오징어>. 매리언 울프의 통찰력 있는 분석은 독서의 본질을 재발견하고, 우리가 왜 여전히 독서를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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