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만큼 재미있는 공간도 없는데,
집에서 자전거로 약 15분쯤 가면 고양이 책만 전문으로 판다는,
고양이책방 슈뢰딩거가 있다는 얘기에 더위를 떨치고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사부작사부작 다녀왔다.
집에서 정릉천 타고 자전거도로로 가다가
제기동에서부터 용두-신설까지는 공도로 다녔는데
신설동 쪽은 공사도 하고 신호도 엄청 길어서 꽤 답답했던.
뭐 나처럼 자전거 타고 올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2호선 신설동역에서 약 5분 거리인데
살짝 숨어 있어서 잘 보고 찾아와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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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대략 이 정도 규모.
그리 크지 않은 소규모 서점이다.
책으로 빼곡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한 구성이라
서점이라기보다는 고양이 사랑방 같은 느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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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이지만 고양이 책이
굉장히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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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부터 그림책, 소설, 동화, 신문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는데,
국내서뿐 아니라 해외서적과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한 구성의 책으로 가득했던 슈뢰딩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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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전시도 진행중.
전시뿐 아니라 엽서나 책갈피도 판매중.
하나에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라,
기분 좋게 두 개를 사왔다.
각각의 책갈피가 제각각이라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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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책방답게 곳곳에 고양이 소품이 놓여 있었다.
책이 가득 꽂힌 게 아니라 여유 있게 꽂혀 있고,
나름대로 분야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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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관련 일러스트뿐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냥이의 사진을 가져오면
함께 전시도 해주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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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다양한 고양이 책들.
처음에 고양이 서점을 준비하실 때만 해도
공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서
외서도 포함시켰는데,
정작 찾아보니 제목, 목차나 내용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이
1천 권이 넘어서 그나마 추리고 추려서 현재의 서점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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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의 책도 모여 있고.
고전으로는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뿐 아니라,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애드거 앨런 포 단편선> <고양이 눈>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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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한국어판도 3종이 있고, 영문판까지.
같은 책이 많아야 2~3권 들여놓은 서점 규모를 생각할 때
주인장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것 같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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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리에 대한 책들도 모여 있다.
고양이에 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지만,
동물을 아끼는 분들에겐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도
관심사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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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채식주의자>가 있으니까
왠지 튀는 것처럼 보였는데 동네서점이니까
찾은 분이 있지 않을까 마 그런 생각을.
가게 이름을 떠오르게 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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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도 한쪽에 얌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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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일본 고양이 사진집은
보고 있으면 마구마구 행복해진다.
혀 내민 고양이 사진만 보여 있던 책부터,
고양이 엉덩이가 가득한 책까지.
귀염 포텐 터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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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옆쪽에는 판매는 하지 않는,
주인장님이 선물받은 책들이 놓여 있었다.
반응이 좋은 책은 추후 서점에 들여올 예정이고,
입고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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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한 이 책!
당나라 시대상을 고양이로 그렸는데,
중국책이 아니라 일본책 같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중국어 하나도 모르지만 보고만 있어도 괜히 기분 좋아지던.
너무 예뻐서 여쭤봤더니 앞으로 들여오실 계획이라고,
중국책이라 생각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나중에 입고되면 가서 한 권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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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근처에는 마지막 뽐뿌를 위한 고양이 굿즈가.
얼마 전 여름 휴가를 다녀오셨는데,
이왕이면 서점에서 판매할 만한 것들도 파는 데 가자 해서
일본 교토에 다녀오셨다는데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ㅎㅎㅎ
하지만 그렇게 사오신 포스트잇은 수량 예측을 잘못했다고
더 사올 걸 그랬다고 하시더라.
진짜 예뻤는데 사올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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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정보학을 전공하셨고
친한 친구도 남동생도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시며
'배운 게 이거라...' 하시는데 앞으로 더 잘됐으면 하는 왠지 모를 동지의식이 ㅎ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지만 고양이 얘기를 나누면 표정부터 밝아지시고,
배경음악마저도 고양이 관련한 음악들이라 정말 좋아서 하시는구나 싶었다.
부모님의 축하 화분에 적힌 말처럼, 바라는 바 모두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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