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파란(波瀾)대문-유구한 세월이 없네
알라딘에 입사했을 땐 문학.종교 담당자였다. 2년 6개월 정도를 문학 파트에서 일했으니, 그때 읽은 소설 책과 시집의 수가 어머어마하다. 돌이켜 보면 지겹기도 하지만 무척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큰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으나, 나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책을 소개한다.
1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 가아프가 본 세상 1
  • 존 어빙
  • 8,820원 (10%490)
  • 2002-02-25
  • : 453
얼마나 이 책을 좋아했었나.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했었나. 그리고 얼마나 여러 날을 이 책과 함께보냈나. 생각해 보면, 약간 맛이 갔었던 것 같다. 책 한 권에 이렇게 맛이 가다니, 나는 어빙에게 무한 감사해야 한다. 영화도 보고 싶었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비디오 테입을 구할 수 없었다.
  • 흙과 재
  • 아티크 라히미
  • 5,400원 (10%300)
  • 2002-01-20
  • : 264
아프가니스탄이라니... 얼마나 먼 나라 이야긴가.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보복이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암울함을 야신의 귀먹음에 빗댄 작가의 의도만큼은 십분 이해되고도 남았다. 아니, 이해한다는 사치스런 표현보단 '단지 느낄 수 있었다'고 쓰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 나는 떠난다
  • 장 에슈노즈
  • 7,200원 (10%400)
  • 2002-05-07
  • : 415
읽을 때는 좋은 줄 모르겠더만, 읽고 난 뒤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책이다. '빙하를 가르는 쇄빙선'을 제대로 느끼려면 이 책은 반드시 여름에 읽어야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초조함과 불안함, 짜증을 자기 일인 것처럼 여겨야 한다.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테지만. 무엇보다 책제목과 이야기의 조화가 내가 읽은 책중에서 최고다!
  • 침대맡 남자
  • 에릭 올데르
  • 6,750원 (10%370)
  • 2002-02-15
  • : 102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창문이 부서져라 쏟아져 들어오는 봄햇살처럼 한없이 감미롭고 따스하다. 뮈리엘의 간병인. 그런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나는 그를 좋아할 것이다. 그는 알콜중독자고, 툭하면 싸우지만 세상에는 아름다운 알콜중독자도 있는 법이다. 뮈리엘에게 그가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
  •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
  • 우광훈
  • 6,300원 (10%350)
  • 2002-03-27
  • : 98
정말 재밌다. 단순하고, 또 너무 속히 훤히 보이는 작가지만 재밌는 건 사실이다. 뭐, 이 책이 문학사에 오래 남을 것이라곤 기대도 안한다. 하지만 한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책도 흔치 않다. 대책없이 뻐기는 작가, 우광훈.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 마냥 사랑스럽다.
  •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
  • 이상운
  • 7,650원 (10%420)
  • 2002-10-01
  • : 135
이상운의 소설은 하루키를 연상시킨다. 특히, 이 소설은. 그게 싫단 말은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무작정 하루키를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 것이다. 그는 어딘가 하루키 형제같은 면이 있다. 태생적으로 적막함과 고독함을 가진 남자. 그러나 끝없이 소통하고 싶어하고, 그런 한편 혼자서 잘 해 나가려 하는. 그의 동물점이나 혈액형이 하루키와 같지 않다면 실망하고 말 테다.
  • 미국의 송어낚시
  • 리차드 브라우티건
  • 7,650원 (10%420)
  • 2002-02-20
  • : 127
얼마나 재미없는 제목인가. 덕분에 배본되던 날 교보문고의 낚시 코너에 이 책이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몰라준 불운의 책인데, 나에게 만큼은 굉장히 생생한 인상을 남긴 책이다. 참 기발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화법과, 기술이. 문법과, 형식이. '생태'라는 말의 느낌을 이 책을 통해 만져보고, 맡아보고, 볼 수 있었다. 이런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브라우티건은 천재다!
  • 아름다운 이야기
  • 제임스 헤리엇
  • 7,110원 (10%390)
  • 2001-09-17
  • : 1,033
뭐라 말할 수 없이 따뜻하고, 물컹하고, 스멀스멀한 느낌을 헤리엇은 내게 베풀었다. 그것이 고맙다. 동물을 치료하는 일은, 수의사에게 그저 일상일 뿐일텐데 그는 어째서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동물의 이야기를 기록했을까? 내 마음대로 이렇게 답한다. 그가 유머를 알기 때문이라고. 페이소스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 로라, 내 아름다운 파출부
  • 크리스티앙 오스테르
  • 7,200원 (10%400)
  • 2002-02-18
  • : 92
먼지 같은 관계, 털어도 털어도 다시 쌓이고, 쌓여도 쌓여도 다시 털리고야 마는 관계를 그렸다. 삶과 죽음도 그런 것이라고 작가는 눈짓을 주었지만, 그것보단 로라와 쟈크의 버석버석한 대화와 상황과 몸짓이 더 오래 나를 불러냈다. 이 책, 읽고 있으면 그만 읽고 싶지만 그래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 잊지 않기 위해 여기에 적는다.
  • 게이샤의 노래
  • 나카니시 레이
  • 7,650원 (10%420)
  • 2002-02-18
  • : 119
일본문학 중 가장 대중적인(보다 정확하게는 '상업적인') 작품에 주는 상이라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러나 내용은 현대 일본 소설에선 접하기 힘든 고풍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우아하달까, 여운이 남는달까, 쓸쓸하고도 서운하달까... 그런 것이 마음을 끌었다. 뭐라 잘 전할 수 없는, 미묘한... 바람에 스며 사라질 듯한 '감상'이 책을 읽은 뒤에 찾아왔다. 지금도 그 느낌은 여전하다.
  • 가아프가 본 세상 2
  • 존 어빙
  • 8,820원 (10%490)
  • 2002-02-25
  • : 499
"걱정하지마. 가아프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니까. 내 말을 믿어. 혹시 아주 운이 좋으면, 때로는 태어난 다음에 섹스가 있어!" 이 멘트는 언제 보아도 이 책의 백미다. 이 책은 그래서 코믹하다. 섹스 과대망상증 환자 같은 성폭행 피해자 같은 가아프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전신인 작가 존 어빙이 상상된다. 그는 더도 덜도 말고 딱 가아프 같았으리라. 그런 상상만으로 오늘 하루도 즐겁게 흘러간다.
  •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 9,000원 (10%500)
  • 2001-11-10
  • : 8,381
어쩌다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스스로도 좀 황당하다. 이야기의 얼개가 원래 황망한 데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무지막지하게 거창한 '질문'을 던지니 말이다. 서두와 말미가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소설을 일관되게 좋아해왔다. 읽고 있자면 도대체 왜 읽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인 것이다. 지금 다시 읽는다 해도 '손에서 놓아버리고 싶다'는 열망을 끌어안은 채 끝까지 다 읽게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 미소지은 남자
  • 헤닝 만켈
  • 9,000원 (10%500)
  • 2001-08-10
  • : 301
쿠르트 발란더. 그가 나에게로 왔다. 불규칙한 식사, 불규칙한 수면, 절제된 인간관계 모든 것이 나를 매료시켰다. 기가 찬 실수로 인해 자신의 프로근성까지 부정해야 했던 갈등 속의 남자. 불안하고, 외롭고, 무미건조한 그에게서 인간미를 느낀다.
  • 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 5,400원 (10%300)
  • 2000-10-30
  • : 283
매서운 묘사. 자기 가족과 관계된 일을 이토록 인정사정없이 차갑게 묘사한 글은 <소망없는 불행>을 만날 때까지 이 책이 유일했다. 자전적 기록이 충분히 소설일 수 있음은, 경험자의 극적인 냉정함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의 일을 이토록 비정하게 발설할 수는 없으리라... 문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 야수들의 밤
  • 오시이 마모루
  • 8,100원 (10%450)
  • 2002-04-01
  • : 189
꽤 진지한 사람 중에 하나인 오시이 마무루. 괴수영화 같은 설정의 이 책은, 생각보다 재밌다. 줄거리만 보면 얼마나 재밌겠나 싶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다만, 왜 오시이 마모루는 이 책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아 문제지만. 왜 소설의 형식이 아니면 안되고,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안 되는지 왜 상징이 필요한지, 왜 환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묻는 것은... 조금은 번거로운 일이다.
  • 버스, 지나가다
  • 함정임
  • 7,200원 (10%400)
  • 2002-07-12
  • : 197
말없이 마음을 울리는 책이다. 드러나는 말은 그저 무미건조한 것 뿐이고, 어떤 상황도, 사건도 마음을 움직일 만한 것이 못된다. 말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건만, 아무 표정없이, 아무 문제없이 작가가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말이 되지 않을 때는, 마음이 표현되지 않을 때는 되는 만큼만 표현해도 그래도 심정을 전할 수 있다는 데 위안을 느낀다.
  • 71년생 다인이
  • 김종광
  • 6,300원 (10%350)
  • 2002-07-01
  • : 309
꽤 장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설이라고 보기엔 한참 모자른 논픽션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러나 김종광의 그 장황함이, 그 서투름이 마음에 들었다. 진심이, 서투른 글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책을 낸 마음이 똑똑히 느껴졌다. <71년생 다인이> 과도한 자의식을 가졌건 어쨌건 간에, 그의 진심은 끝까지 존중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어투나 진심은 90년대 중반의 한총련 운동과 퍽 닮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 무슨 상관이에요
  • 채영주
  • 7,650원 (10%420)
  • 2002-02-26
  • : 98
채영주의 책을 읽었을 때 뭔가 미완성의 느낌이었다. 기울어진 느낌 같은 거. 세상과 핀트가 맞지 않는 느낌. 남들은 앞으로 가는데 홀로 뒤로 걷는 느낌. 뭔가 어색한. 근데, 그 자체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채영주의 세계에서 달라진 세상은, 지금도 흐르고 있는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행복했을까? " 이 책이 남긴 질문이다.
  • 세상 밖으로 난 다리
  • 신장현
  • 7,200원 (10%400)
  • 2001-12-26
  • : 70
신장현. 그는 섬세한 내러티브를 가진 작가다. 여자도 쉽게 포착할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다룬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서 작가정신을 느낀다. 의아한 것은, 왜 다른 사람들은 이 작가에게 주목하지 않나 하는 건데,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매듭지어지는 느낌이 없어서 그런가? 완결성이 그렇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것과 상관없이 충분히 문학적인데, 어떤 삶이, 어떤 기분이 너무 실감나게 전달되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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