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베라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굉장히 소중하고 친밀한 무언가를 잃었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의 한 부분이 베라와 함께 미끄러져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토록 헛되이 괴로워했던 시간들도 이제는 다시 되풀이될수 없을 것이었다.
다리에 이르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괴이한 냉담함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그것이 외부적인요소가 아니라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은 명백했다.
그는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것은 영리한 인간들이 종종 과시하는 그런 이성적인 냉담함도, 자아도취적인 바보의 냉담함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영혼의 무기력, 아름다움을깊이 지각하지 못하는 무능력일 뿐이며 또한 빵 한 조각을얻기 위한 지저분한 싸움과 독신의 하숙방 생활, 그리고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얻어진 조로증에 다름 아닌 것이다.
「베로치카」中- P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