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종족 보존의 본능을 갖고 있으며, 여성을 보호해야 하는 약자로 여기는 것은 원시시대로부터 이어져온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단순한 종족 보존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훨씬 복잡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되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문명이 발달하면서 쓰고 버려지는 남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발전했다. 남자들 스스로 여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남자들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명예, 의무, 용기라는 말로 합리화하고 치하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제대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하고 아니면 겁쟁이나 배신자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남자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직종이 대부분이고 여자들에게도 남자들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체력이 아닌 사회적 지능과 의사소통 능력 등이 요구되는 현대의 노동시장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따라잡고 있다. 게다가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의무에서 면제를 받고 있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여자들은 남자들과 역할을 바꾸는 것에 대해 오히려 남자들보다 거부감이 강하다고 한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자들에게 의존하려는 의식이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