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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못한 길


윤석열 재구속과 에어컨 없는 삶


어제 밤의 핫이슈는 윤석열 구속영장 집행이었다. 늦은 저녁을 같이 먹자고 나를 불러낸 친구는 아직은 결과가 안 나왔겠지만. 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자꾸만 폰을 들여다본다. 나도 당연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이변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당연히 구속될 거라고 예상했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 친구랑 헤어지고 사무실에 돌아와 밀린 일을 하다가 구속 소식을 접했다. 뉴스에선 4개월 만에 재구속이라고 알려줬다. 그랬구나. 저 내란수괴 놈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풀려난 지 벌써 4개월이나 되었구나. 그동안 왜 저 범죄자 놈이 저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라도 다시 구속이 되어 정말 다행이지만, 이 당연한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4개월이나 걸린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는 일제히 구속 소식이 터져 나왔는데, 다들 독방에 수감될 예정임을 알리며, 에어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폭염에 에어컨도 없이 갇혀야 할 상황이 안타까운 것일까? 아니면 불쌍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쌤통이다. 뭐 이런 마음이려나. 죄는 미워해도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듯이, 죄인 윤석열은 당연히 수감되어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교정시설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점도 당연하다. 여름마다 폭염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기후위기 시대에 에어컨 없는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폭염과 열대야 때문에 지난 주부터 며칠 간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잠들기 전에 샤워를 하고 양쪽에 선풍기를 켜고 누우면, 워낙 피곤한 상태라 잠이 들기는 하는데, 꼭 새벽에 땀에 젖어 깨곤 한다. 그러면 다시 샤워를 하고 눕는데, 이때부터 잠을 못 잔다. 더워도 너무 덥고 습도도 높아서 선풍기만으로는 버티기가 어렵다. 괴로워하며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 들면 정말 운이 좋은 날이고, 대개는 계속 괴로워하다가 날이 밝아질 무렵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일터에 가면 에어컨을 26도에 맞춰 켜고, 선풍기 하나를 에어컨 바로 앞에 두고, 반대편에 다른 선풍기를 둔다. 집에서도 선풍기를 양쪽에 켜 두는 것은 같지만, 에어컨의 존재가 확실한 차이를 만든다. 이제서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에어컨은 필수품이 된 것 같다. 언제까지 이 집에서 에어컨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다가 결국 에어컨이 있는, 혼자 사는, 친한 친구들 집에 며칠씩 머물며 돌아다녔었다. 올해는 과연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확실히 잠을 잘 못 자니까 컨디션이 좋지 않다. 뒷목과 어깨가 뭉치고 허리가 불편하다. 얼굴 통증과 관절 통증도 평소보다 심한 날이 잦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당연히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하필 이번 주는 중요한 일정이 두 개나 있어서 일이 많은데, 일에 집중을 못하니 시간을 오래 잡아먹고, 그만큼 나는 더 피곤하고 힘들고 답답하다.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다.


박정희가 만든 최악의 정당법 조항들 개선 국회 청원


오늘 오전에 내가 몸 담고 있는 지역 정당 운영위원 중 한 분이 국회 국민청원 링크 하나를 공유하면서 본인 친구의 청소년 자녀가 국회에 정당법 조항을 개선해달라고 청원을 올렸다는 소식을 공유했다. 내용을 읽어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던 바로 그 조항들이었다. 바로 독재자 박정희가 516 군사반란 직후인 1962년 만든 조항들. 정당 창당 기준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 아무나 정당을 만들지 못하게, 그래서 자신이 오래도록 독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들이었다. 모든 정당은 중앙당을 서울에 두고 시도당을 최소 5개 이상 설치해야 하며, 각 시도당별로 최소 1천명 이상의 당원을 등록하도록 만든 것이다. 나는 이 조항을 2011년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았다. 우리나라 정당법이 21세기에도 아직도 이 모양이라고! 라며 놀랐었다. 아니, 독재자가 본인 독재를 오래 유지하려고 만든 조항을 왜 아직도 안 바꾸고 그대로 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긴 세월동안 수많은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던 것일까?


녹색당 창당 이후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반드시 필요하고, 차별금지법 제정도 반드시 필요하고, 올바른 형태의 연동형비례대표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이 정당법의 독소조항들이라고.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여전히 이 조항은 살아남았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지 얼마나 지났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몇 명이나 있었던가? 민주주의를 말하는 정당이 여태 국가보안법도 그대로 두고,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으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에도 반대 입장이면서 말도 안되는 위성정당을 세워 편법을 저지르면서 정당법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이재명도 다르지 않다. 그가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밝혀온 바에 따르면 그 역시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생각은 없어 보이고, 차별금지법도 제정할 생각이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당연히 손 댈 필요가 없겠지. 오히려 지금까지 저질러 온 편법을 고수할 생각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나는 고등학생이 근현대사를 공부하다가 정당법의 이 조항들이 문제라고 스스로 깨달아서 국회에 청원까지 넣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렇게 훌륭한 학생이라니! 알고 보니 내가 아는 훌륭한 활동가의 자녀였다. 두 사람 모두 멋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아래 링크를 통해 국회 청원 참여를 부탁드린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38218C93B39E2152E064B49691C6967B?fbclid=IwY2xjawLcVVdleHRuA2FlbQIxMQBicmlkETFmd3VYaFM5QW1tQ1luY1huAR7IiupTuEi6wD9SO9dHHDBE2zEstlZrgLdowoICm8T3jKtVi6Y1SDVfJWOjWA_aem_T9GQswoB6_jWU7lUcPZJ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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