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만우절
살면서 평생 만우절이라고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거나, 거짓말을 한 적은 없었다. 남들이 장난이나 농담을 하면 그저 실없는 짓이라 여기며 픽 웃고 말았을 뿐. 누군가의 SNS 에서 만우절 거짓말이길 간절히 바랐던 충격적인 소식 중 하나로 홍콩 배우 장국영의 자살 소식을 언급한 것을 보았다. 2003년이었던가? 그때 최고의 배우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니 충격이긴 했다. 나에게는 한 명이 더 있었다.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지인이. 벌써 몇 해가 훌쩍 지나버렸구나.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이 갑자기 돌연사 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았는데, 게다가 그날이 하필 만우절이었다. 엄청나게 열심히 활동하는 활동가였고, 좋은 친구였고, 성실한 동료였다. 아주 친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긴 시간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알고 지냈고,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딱 생기는 즈음이었는데. 혼자 사는 사람이어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서는 그저 돌연사라고 했다고. 그때 친했던 선배 하나가 나에게도 한 마디 했다. 너도 혼자 사는데 조심해야겠다. 라고. 이혼하고 혼자 산 지 좀 되긴 했지만, 나는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니 경우가 다르다고 볼 수 있겠지만, 평소에 혼자라는 점은 또 다르지 않은 건 맞다.
어제인 4월 1일은 좀 많이 바쁜 날이었다. 아침부터 좀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만우절이란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점심 시간에 잠시 숨을 돌리며 SNS 들어갔다가 장국영 이야기를 보고 나서 그의 죽음이 바로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잠시 혼자 눈을 감고 그의 영면을 바라는 마음으로 묵념했다. 바쁜 날이라 더는 그 기분에 빠져 있을 겨를이 없었다. 얼른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해야 했다. 다행히 여러 사람들이 연락과 방문이 이어져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저녁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고, 회의는 10시 반이 훌쩍 넘어서 끝났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뒷정리를 하고 혼자 남아서 시간을 보니 11시였다. 긴 하루였다. 나는 정신이 없어서 직접 뉴스를 보지는 못했는데, 헌재가 4월 4일을 선고일로 예고했다는 소식을 만나는 사람들 마다 알려줬다. 기다리던 소식이라 반가운 것은 맞지만, 과연 그 선고가 이 나라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내란수괴의 탄핵을 확정하는 것이 될 것인지, 아니면 소수의 정신 나간 인간들이 떠드는 대로 탄핵 기각이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광화문에서 밤을 새울 거라며 깃발을 챙겨 나갔다. 나는 중요한 회의가 있기도 했고, 이번 주는 계속 일이 많아서 거리에서 보낼 시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 거리에서 얼마나 고생할 것인지 눈에 훤히 보인는데, 나는 차마 더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전하는 것 밖에.
달이 4월로 바뀌고 분명 봄이 온 것은 명확한데, 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렇게 춥기만 한 것인지. 봄이 왔건만, 아직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 헌재가 탄핵을 확정해야 비로소 봄이 올 것이다.
프로 야구 개막
오랫동안 너무 바빠서 야구를 보지 못하고 살다가 작년부터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롯데가 야구를 잘 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해마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보니 이젠 기대를 덜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작년에는 그래도 재미있는 경기들이 제법 많았다. 물론 아무리 기대를 덜 해도 매번 경기를 지는 걸 보는 건 괴롭기는 했다. 게다가 작년에 수도권에 있는 구장들(잠실, 고척, 문학)에 몇 차례 아이들과 직관을 갔을 때마다 졌기 때문에 좀 속상하기는 했다. 그래도 여름에 사직에 아이들과 함께 간 날 크게 이겨서 그걸로 지금까지 직관 때마다 졌던 것이 다 상쇄되었다.
롯데는 매년 시범 경기부터 강한 모습을 보이다가 딱 봄에만 강하고 여름부터 한계를 드러낸다고 해서 봄데라고 불린다. 제법 오래된 패턴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그 봄데 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지 못하고 봄부터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런데 왠일로 여름을 지나면서 반짝 실력이 좋아졌다가 다시 떨어졌다. 그 반짝 했던 것이 사람을 매혹시켜서 또 기대를 하게 만들기는 했다. 올해는 작년에 잠깐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그 기억 때문에 그래도 좀 더 기대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개막전부터 무참하게 깨지고 이후로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줘서 다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나는 롯데팬이야. 어디 감히 기대를 품다니. 그냥 그저 지켜보는 것만 해야지. 작년에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였던 윤나고황 중 올해 나승엽만 2경기 연속 홈런을 보여주며 조금 살아났고, 나머지 3명은 아직은 기대 이하의 상황이다. 손호영도 작년에는 그렇게 잘 하더니, 올해는 영 타격감이 바닥이다. 게다가 믿고 믿었던 레이예스 마저도 썩 감이 좋지 않아 보인다. 아, 그리고 반즈. 작년에 윌커슨과 함께 그렇게 잘 했는데, 올해는 개막전부터 두 번 등판 모두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분명 공은 좋은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거기에 지난 토요일 창원에서 큰 사고가 벌어졌다. 경기장 외벽 구조물 하나가 추락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을 덮쳤는데, 3명이나 병원에 실려갔다고. 그리고 그 중 한 분이 결국 돌아가셨다고 했다. 세상에! 야구를 보러 온 시민이 구조물에 맞아서 사망하다니! 프로야구협회는 급하게 모든 경기를 취소하고 전 구장에 대해 시설안전 검검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추모기간을 정했다고 한다. 창원 엔씨 다이노스는 내가 이미 서울에 올라온 후에 생긴 구단이라서 창원 구장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부산에 계속 살았다면 창원 정도는 몇 번 갔을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롯데 경기 외에도 다른 팀들의 경기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어쩌면 그냥 롯데 팬에 머물지 않고 프로야구 10개 구단 전체의 팬이 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물론 그러려면 더 많은 경기를 보아야 하고, 더 많은 선수들을 알아야 하고 더 부지런해야 하겠지. 올해도 아이들과 함께 사직 구장에서 야구를 보면 좋겠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표 구하기가 어렵다고 언론에서도 난리다. 값비싼 시즌권을 사전에 구매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는 꿈도 못 꾸겠지. 서버가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정시에 들어가도 대기번호가 1천번이 넘게 나오는데. 작년에 정말 운 좋게 사직에서 좋은 자리를 구했던 건 아마 평생에 몇 번 없을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