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가보지 못한 길

알라딘, 오랜만이야


아주 오랫동안 알라딘 서재에 글을 안 썼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사실 중간에 여러번 글을 쓰다가 완성을 못 하고 닫곤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다시 쓰던 글을 보니, 그닥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그냥 지워버렸다. 그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훌쩍 몇 달이 흘렀다. 조금 시간 여유가 생겨서 글을 좀 써보고 싶었는데, 역시 시간이 난다고 하고 싶었던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니더라. 한동안은 노트북을 켜서 자판을 두드렸고, 노트북 켜기가 귀찮아진 후로는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작은 폰 키보드로 두드렸다. 사실 노트북을 켜기가 귀찮아진 것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화면 크기가 애매한 노트북 화면으로는 글씨가 잘 안 보여서 더욱 노트북을 쓰기가 싫어졌다. 책상 위엔 큰 모니터가 있어서 노트북을 연결하면 되는데, 책상에 앉기는 귀찮고, 그냥 안방에 앉아서 노트북을 들여다 보려니 글씨가 잘 안 보인다. 삼 년? 아니 사 년 정도 되었나? 노안이 심해진 후로는 안경을 벗고 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제일 편해졌다. 노안이 심해지고 나니 새삼 내 눈은 참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심한 근시에 난시까지 있어서 3회나 4회 압축한 렌즈를 사용한 안경을 써도 교정 시력이 1.0이 되지 않는다. 이젠 노안이 심해져 가까운 글씨는 가까워서 안 보이고, 먼 글씨는 원래 안 보였기 때문에 계속 안 보이니, 이런 눈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싶다.


제목을 "알라딘, 오랜만이야."라고 쓰긴 했지만, 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북플 앱으로 들어왔었다. 제일 먼저 "지난 오늘" 메뉴를 열어 과거 오늘 쓴 글들을 찾아보곤 했다. 글을 자주 쓴 편은 아니어서 없는 날도 가끔 있었고, 두세개 혹은 서너개 정도의 글이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아주 가끔은 피드에서 반가운 이웃들의 글을 만나 댓글을 쓰기도 했지만, 일부러 이웃들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과거 오늘 내가 쓴 글들을 계속 살펴보니 이 시기의 내 키워드는 늘 운동이더라. 안 그래도 운동과 몸매 이야기를 또 쓰려고 했으나, 이것도 참 매번 이 주제만 쓰려니 그것도 좀 민망하다 싶다.


식욕 폭발


초봄이었을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한 상황 때문에 입맛도 없었다. 어차피 몇 해 전 사고 이후로 소식을 해왔기 때문에 위의 크기도 줄어 있었다. 그러다 봄이 끝나갈 무렵 스트레스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마음이 편해지고 나니 다시 식욕이 돌아왔다. 위의 용량이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법 길었던 것 같은데, 원래대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금방이더라. 폭식을 반복하고 나니 배가 뽈록 나오고,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 무렵에 나를 만난 사람들이 유독 살이 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친한 여성 한 분은 몇 주만에 만난 나에게 "어머! 살이 왜 이렇게 쪘" 까지 말하다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차마 "쪘어?" 라고 묻지는 못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다시 "어머! 왜 이렇게 건강해졌어?" 라고 묻는 것으로 말을 바꿨다. 그 후로 이왕 이렇게 먹기 시작한 거, 그냥 몸매 관리 따위 완전히 포기하고 살자 하는 심정으로 계속 먹었다.


도대체 근육이 어디 있다는 거야?


그렇게 열심히 먹기만 하고 달리기를 제외한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제법 오래 지냈는데, 근력운동을 오래 쉰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돌아보면 10대 후반부터 군대 제대하고 20대 후반까지 운동을 좀 했었고, 결혼 후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하다가 30대 중반부터 다시 쉬엄쉬엄 운동을 했다. 이혼하고 혼자가 된 30대 후반에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고, 40대 초반에 가장 괜찮은 몸매가 되었다. 결혼 후에는 한번도 본 적 없었던 선명한 복근을 다시 봤던 것도 딱 그 시기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교통사고를 당했고, 꽤 긴 시간 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근손실이 일어났다.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 했던, 여름에 몸에 붙는 옷을 입으면 드러나는 잘 발달한 흉근이 확 줄었고, 원래도 근육이 크지는 않았던 온 몸의 주요 근육들이 다 줄어들었다. 다시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을 때부터 맨 몸 운동을 중심으로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시작했다. 잃었던 근육들을 다시 찾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난이도가 높은 운동돌, 바벨과 케틀벨을 이용한 여러 전신 운동들을 얼른 다시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거의 1년 가까이 점진적으로 운동을 했음에도 예전에 비하면 아니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목표의 반에 반도 미치지 못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바벨 스내치와 케틀벨 스내치인데 이 두 가지 운동은 조금 실수하면 관절을 다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놓아야 한다. 그걸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원하는 만큼 잘 되지 않았기에 그 실망이 컸다. 그리고 운동을 하기 위한 동기를 잃었다. 그때부터 운동이 재미가 없어졌다.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동작을 하지도 못 하는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오래 운동을 쉬고 있었고, 열심히 먹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살이 찌고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와 친한 지인들은 자주 나를 운동하는 사람, 우리 중에 그래도 제일 근육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성 지인이 다른 이의 말을 듣고 내 몸을 훑어 보며 "그래서 도대체 근육은 어디 있다는 거야?" 라고 물었다. 웃는 표정이었고, 당연히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리고 그 말을 들어도 반박을 못 할 정도로 운동을 오래 쉬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냥 웃어 넘기고 말았지만, 실은 뭔가 설명을 해줄까 하는 충동이 자꾸 생겼다. 사실 운동을 한다고 누구나 다 근육이 눈에 띄게 커지는 것은 아니다.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있고, 크기를 키우는 효과는 적어도 근력을 늘리거나 특정 동작을 잘 하게 되는 등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들도 있다. 어려서부터 근육이 큰 것 보다는 균형 잡힌 단단한 몸매를 원했기 때문에 저중량 고반복의 펌핑운동은 싫어했다. 다만, 흉근이 잘 발달한 것은 중학생 시절부터 바벨을 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커졌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그것도 근손실로 많이 잃었지만.


나는 여름이면 몸에 붙는 옷을 즐겨 입었다. 그렇게 몸에 붙는 옷을 입으면서 배가 뽈록 나와있다면 그만큼 보기 싫은 것도 없기 때문에 해마다 늦어도 5월에는 운동도 하고 먹는 양을 줄이기 위해 애썼다. 그래야 딱 휴가 기간인 7월 말까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몸매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작년부터는 그것마저도 다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여름이 되니 입을 옷이 없어졌다. 뽈록 나온 배를 가리기 위해 한 치수 위의 옷을 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조금 헐렁한 옷이 참 낯설고 어색했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금방 이 옷에 익숙해졌다. 이젠 다시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멀지 않아서 몸에 붙는 예전 옷들도 입을 수 있으리라.


10km 달리기


운동을 쉬고 있는 동안에도 달리기는 꾸준히 했다. 과거에는 다양한 운동기구로 다양한 동작을 해보고 성공하거나 잘 되었을 때의 그 쾌감 때문에 운동중독이었다면, 작년부터는 달리기로 인한 즐거움에 빠져서 달리기 중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달리기를 이어가다가 마라톤을 오래한 지인의 꾀임에 빠져 덜컥 마라톤 대회에 등록하고 말았다. 풀코스나 하프코스는 당연히 아니고 겨우 10킬로미터이긴 한데, 원래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장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나는 평소 3~4킬로미터를 달리고, 그 중에 전력질주와 천천히 달리기를 반복하여 일종의 타바타 방식을 달리기에 적용시킨 방식으로 달리는 걸 좋아한다. 이런 방식을 인터벌 트레이닝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 한번에 쉬지 않고 가장 많이 달려본 것은 6킬로미터로 나를 마라톤 대회에 등록하게 만든 그 형과 함께 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쨌든 아무리 달리기를 더 잘 하게 되고 더 좋아하게 되어도 10킬로 이상 먼 거리를 한번에 달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나는 하프코스나 풀코스는 생각도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꾸준히 달렸으니 10킬로미터 정도는 어렵지 않게 뛰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10킬로미터 코스를 선택한 것이다. 나중에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다.


9월 초에 10킬로 대회를 등록해두고 한동안은 시간 여유가 많다고 마음 편히 지냈다. 그러다가 최근에서야 이제 한 달 반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준비해야지 싶었다. 일단 대회 전에 10킬로미터라는 거리에 익숙해져야 하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10킬로를 달려야지 싶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시도했다. 낮에는 엄청난 폭염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고, 밤에 나가서 달렸는데, 그 밤에도 덥더라. 나처럼 밤에 달리는 사람들을 간간히 마주쳐서 외롭지는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한다 생각하니 약간 설레는 기분이 들어 초반부터 살짝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 생각보다 일찍 폐활량에 한계를 느꼈고, 조금 쉬다가 뛰기를 반복해 7킬로미터 까지는 달렸다. 3킬로를 더 채워 10을 찍고 싶었으나, 초반 오버페이스 때문에 너무 빨리 지쳐버렸다.


그날 이후 달리기 뿐 아니라 다른 운동들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너무 망가져 이젠 뭘 해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하고 위기감이 들었다. 며칠전부터 덤벨과 케틀벨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악력기도 색깔별로 꺼내서 먼지를 닦은 후에 단계 별로 쥐기 시작했다. 한창 열심히 할 때는 왼손으로는 무지개 악력기의 첫 단계인 체리를 클로징 했었고, 오른손으로는 둘째 단계인 블루를 클로징 했었다. 그래서 왼손은 블루와 체리를 번갈아가며 쥐고, 오른손은 블루와 셋째 단계인 오렌지를 번갈아 쥐곤 했었다. 최근에 다시 했을 때에는 오른손으로는 겨우 체리를 클로징 했고, 왼손은 클로징이 되지 않았다. 거의 붙을 것 같은 상태에서 더 쥐어지지 않았다. 다시 블루를 쥐어보니 오른손은 아까 왼손으로 체리를 쥐었던 것처럼 붙기 직전 상태에서 더 오므려지지 않았다. 왼손은 뭐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이젠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체리, 블루, 오렌지를 모두 먼저 쥔 상태에서 최대한 버티는 네거티브 방식. 악력기는 매일 쉬지 않고 계속 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나, 유튜브나 영화 등을 볼 때 손은 늘 악력기를 쥐고 있었다. 바벨은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덤벨과 케틀벨로 다시 근력과 유연성을 좀 더 키워야 안전하게 바벨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데드리프트 정도는 지금도 어느 정도 무게는 들어올릴 수 있을 텐데, 클린 앤 저크나 스내치 같은 동작들은 아직 무리라 생각한다.


달리기는 매일 안 쉬고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루는 점점 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좀 힘들게 달리고, 그 다음날은 짧은 거리를 달려 좀 쉬어가는 날로 하는 방식이다. 어제는 처음으로 9킬로미터에 도전했다. 날이 덥고 힘들었는데, 지금 시점에 9킬로를 달리고 한 일주일 안에 10킬로를 시도해야 8월 중순부터는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암튼 조금 힘들어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밤이라도 너무 더워서 5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니 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온 몸에 걸치고 있는 모든 것이 젖어버렸다. 조금 쉬다가 남은 4킬로미터를 달렸는데, 이미 지쳐서 속도가 많이 줄어있었고, 마지막 500미터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10킬로미터 정도는 어떻게든 달릴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너무 안일한 것이었다고 깨달았다. 내가 장거리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시도해 본 적도 없었으면서 너무 무모했다는 반성을 조금 했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아직 한 달 조금 넘게 시간이 있고, 8월 10일 정도에 10킬로 완주를 한 번 하고 이후 한 20일 정도는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할 수 잇을 것이다. 


어제 9킬로를 달리고 한참을 쉬다가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는데, 정말 물에 빠진 생쥐 몰골이었다. 샤워하면서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 손으로 빨아 널어놓고 나니 꽤 늦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머리를 말리기도 귀찮아서 선풍기를 머리 방향으로 켜놓고 멍하니 누워 있었다. 많이 지쳐서 금방 잠들 줄 알았는데, 너무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빨래들을 널어두는 동작 만으로도 다시 온 몸에 땀이 흘렀다.


에어컨 없는 삶


뉴스를 보니 서울은 어제 밤 기준으로 12일 연속 열대야하고 했다. 그리고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열대야가 계속될 예정이라 21일 혹은 22일 연속 열대아가 되리라 예상하더라. 그렇게 된다면 1994년과 2018년에 이어 기상관측 사상 세 번째가 되리라는 예측도 나왔다. 올해 여름도 정말 힘들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올해는 더위보다 습도가 높은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빨래를 널어두어도 습도가 높으니 마르지 않았다. 정말 견디기 힘든 날들은 지인들의 집으로 피난을 갔다. 집에서 견디기 힘들면 언제든 오라는 친구가 있고,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겠다고 하면 거절하지 않을 친구들도 있다. 한 곳에 이틀 이상 머물면 나도 불편하고 눈치가 보이니까 이 집 저 집을 번갈아 가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최근 며칠은 밤에 달리기를 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느라 친구들 집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이젠 미리 연락해두고 새벽에 들어가겠다고 해야겠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글은 7월의 마지막 날 쓰기 시작해서, 8월 첫째 날에 조금 이어 쓰다가 완성을 못하고 둘째 날인 오늘 겨우 완성해 등록한다. 오늘은 저녁에 일과 관련한 모임이 있어서 낮에 2킬로를 달렸다. 숙제를 끝냈으니 후련한 기분으로 저녁 일정을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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