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JUNE
  • 안다
  • 김경욱 외
  • 14,400원 (10%800)
  • 2025-11-25
  • : 799

과거는 미래의 감옥.
오래동안 충분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마주하기 두려운 무언가를 용기 내어 끌어안을 때 시간의 문은 열리나니. 남겨진 자들이 두려움을 놓아 버리고 자유로워지는 순간 비로소 그는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40쪽,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똑똑하든 멍청하든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괴롭게 만들었다. 일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신정윤이 보기에는 이 회사의 모든 것이 어이없고 한심하게 보이겠지만 결국 돈도 일도 모두 사람과 부딪치는 일이었다. (57쪽, 가짜 생일 파티)
위엄을 잃지 않은 뒷모습.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유일한 것이 그뿐이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이날까지 나를 살아남게 한 중요한 직관이다. 나는 그것에 한없이 집중하여 사무실의 문을 닫은 뒤에도 꼿꼿한 뒷모습의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왕처럼 당당하게 그 의미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다. 지금은 무너지지 않은 뒷모습, 그것만이 중요했다. (77쪽, 가짜 생일 파티)
우리 목사님이 그러더군. 그 말 하나는 참 맘에 드는데 좀 어려운 말이지만 마음을 재지 말래. 발이 먼저 나서면 마음이 따라온다는 거야. 그걸 유식하게 삶의 형식이라고 하더구먼. 지나가야 할 자리는 그냥 지나가는 거야. (110쪽, 히치하이킹)
그들이 어떻게 재회할지 궁금했다. 허방 같은 긴 시간을 두고 헤어진 연인들이 이제 어떻게 만나는지 보고 싶었다. 그녀는 실망했다. 지영은 영호를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자신이 영호에게 애틋한 추억으로 남을 수 없다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내가 지나치게 큰 욕심을 가졌던 걸까. 그녀는 자책했다. 어쩌면 나를 용서하고 잊어 달라는 말은 실상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오래 기억해 달라는 말이 아닐까. (116쪽, 히치하이킹)
우리는 자리에 선 채로 노을을 바라보다가, 이내 왔던 길을 되짚어 묵묵히 걸었다. 저물어 가는 빛 속에서 우연히 평점 4.9의 식당을 발견하게 되면 좋을 것이다. 인생에는 드물게 그런 행운이 있으니까. 발견하지 못해도 또 다른 곳이 있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148쪽, 다시 한번)
엄마들은 자신이 노인이라는 걸 언제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글쎄. 난 이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마도 그냥 우리처럼 잘 몰라서 혼란스러워하지들 않으셨을까. 우리는 우리가 중년이 됐다고 인정하지만 그게 실은 어떤 건지, 거기에 뭐가 필요한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186-187쪽, 그녀들)
말할 수 없다. 어떤 이야기들은. 언젠가는 말할 수 었는 이야기도 있다. 서로에게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고 어쩌면 앞으로 더 생길지 몰랐다. (중략) 어쩌면, 서로를 이해해서 멀어질 때도 있을 거야.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선배는 여기 온 것 같았다. (190쪽,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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