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만지는 것이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만짐으로써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만짐으로써 상처에 손을 얹는 것이다. 만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 같은 것이다. (85쪽)
자식을 잃은 부모가 부닥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바로 죄의식이다. 죄의식 때문에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끊임없이 되새김질한다. 그리고 무력한 가정법에 기대어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면서 자신을 질책한다. (중략) 이때 치료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뗏목을 만드는 것이다. 죄의식의 거센 풍랑 위에서도 뒤집히지 않는 크고 튼튼한 뗏목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죄의식의 풍랑을 견뎌 내어 잔잔한 망각의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 (116쪽)
정신이 약할 때에는 몸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를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자기 파괴 욕동을 승화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책은 신체운동이다. 육체를 단련함으로써 몸을 아끼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79쪽)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그중 하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이지만 자식을 키우는 것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자식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세상 일은 알 수 없고 살아 보아야 그 자식이 어떤 자식인지 알 수 있다. ‘리어왕‘의 비극은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부모는 가장 어려운 자녀의 행복만큼 행복하다는 것이다. 자녀 여러 명이 아무리 행복해도 하나가 힘들면 부모는 그 힘든 하나만큼 힘들다. 행복과 불행이 합쳐져 중화되지 않는다. 그게 부모 마음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 마음을 알 것이다. (191쪽)
우리 삶의 비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를 구별해 낸다는 점이다. [그때 이렇게 했었더라면} 하고 탄식할 때가 바로 그 차이를 깨닫는 순간이다. (248쪽)
부부 관계, 자녀 관계, 동료 관계,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단순하다. 연민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면 된다.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듣는 중에, 상대방이 가슴에 쌓아둔 말들을 더 잘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을 한 번씩 한다면 금상첨화다. (186쪽)
프로이트는 1939년에 죽는다. 그가 죽기 9개월 전에 쓴 "끝이 있는 분석과 끝이 없는 분석"이라는 마지막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신 분석은 사랑의 치료다. 사랑만이 우리를 치료할 수 있다." 정신 분석의 창시자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지점은 사랑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기를 낳지 않아도 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랑은 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값을 하는 것이다. (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