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가 보면, 기상천외한 생각을 보기도 한다. 추리 소설은 그런 착안들의 향연이 성대하게 열리는 곳이라 할 수 있고. 이런 풍성한 연회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발상이 있기 마련이다. 새로움을 보는 눈을 가진 이의 놀라운 생각. 사람들의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추리 소설에서는 주로 수수께끼에 그런 참신한 맛을 넣는다. 그렇게 독자는 훌륭한 요리사의 싱그러운 맛을 음미하며, 지적 유희를 즐기게 되고.
추리 소설, 《화려한 유괴》도 독특한 맛이 있다. 추리 소설의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도 만족할 만한.
'자, 다시 한번 설명할 테니 마음 가라앉히고 들어. 우리 블루 라이언스는 현재 일본 전 국민을 납치했다. 오직 그뿐이야.' -28쪽.
일본 전 국민을 납치했다는 범죄 집단 블루 라이언스. 그런데, 이런 범죄 행위가 성립될 수 있는 걸까. 범죄 대상이 일본 전 국민이 될 수 있는 걸까. 일본 전 국민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걸까. 누구나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런데, 총리 공관에 전화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몸값으로 일본의 연간 방위비를 빗대어 5천억 엔을 요구한다. 일시불이라면, 한 정당의 연간 기부금 정도인 5백억 엔으로 합의해준다고도 하고. 장난 같았다. 그런데, 젊은 연인이었던 두 명이 청산가리를 먹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장난 같지 않았다. 그래서 탐정 사몬지 스스무가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플라스틱 폭탄으로 비행기를 폭파하기까지 한다.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상황. 돌연, 블루 라이언스는 노선을 바꿔 국민 앞에 나선다. 그들이 지정한 5천 엔짜리 와펜을 사면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말하며 협상하기 시작했다.
'"겁먹은 인간일수록 덫에 걸리기 쉬운 법."' -430쪽.
블루 라이언스는 전 국민을 납치했다고 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살인 행위를 했다. 사람들은 두려웠다. 마치 살생부를 가진 듯한 그들. 그런데, 생명의 열쇠가 나타났다. 와펜이라는 구세주. 물론 블루 라이언스의 덫이었다. 겁이라는 수단을 활용한 함정. 그렇게 돈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돈으로 인해 그들도 겁을 이용한 덫에 걸리게 되고.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성경》, 〈디모데전서〉 6장 10절.
돈을 너무 사랑한 블루 라이언스. 지능이 높다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악을 행했다. 그렇게 돈을 탐했다. 일견, 화려한 유괴로 사람들을 농락하며, 그들의 뜻을 이루는 듯했다. 그렇지만, 미혹을 받아서 그들 안에서 서로의 믿음이 떠나게 되었고. 그 근심으로써 결국은 자기를 찔렀다. 자신들이 판 두려움이라는 함정과 비슷한 함정에.
"미쳤어, 이 세상은."
"맞아."
사몬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또다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신주쿠의 야경을 바라봤다.
"미치기는 했어도 아름다운 곳이지."' -432쪽.
배금주의자. 그들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한다. 그리고 삶의 목적을 돈 모으기에 둔다. 물론, 돈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너무 사랑하여, 악을 행하는 자들이 죄를 지었고, 벌을 받게 되었다. 배금주의가 팽배한 세상이지만, 결국 정의는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다.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명탐정이 보기에, 이곳은 미친 세상이어도 아름다운 곳인 것이다.
추리 소설, 《화려한 유괴》는 감탄사의 집합소 같았다. 흥미로운 시작에 이은 뜻밖의 전개. 그리고 멋진 대결과 깔끔한 마무리. 쉽게 읽히는 글의 곳곳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작가의 대담하고, 독특한 생각에 부드러운 글이 어우러져 진미(珍味)를 품은 것이다. 훌륭한 요리사의 특별 요리였다.
덧붙이는 말.
하나. 이 책은 1977년에 첫 출간이 됐다고 한다.
둘. 이 책은 사몬지 탐정 사무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셋. 이 책의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생으로 출간 작품 수가 680편이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이라고 한다. 그는 2022년 3월에 별세했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