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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예이나

유시민이 책의 첫머리에서도 노파심을 내며 밝혀 두었듯이, 경제학은 얼핏 두뇌가 미처 다 체감하지 못할 그래프와 이상한 숫자들로 점철된 학문인 것처럼 보인다. 경제학 개론과 미분학 교과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이 자연스레 이 젠장할 놈의 학문을 접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학 전공이었던 유시민조차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 거의 이해하지 못하였다 회고하지 않는가! 결국 그는 강의실 안보다는 강의실 밖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게 된다. 그가 평행선을 그리며 흐르던 두 경제학의 공통적인 수원을 발견한 것은 많은 시간들이 증발한 후였다. 그의 말마따나, 만약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고 경제학이라는 거대한 숲 속으로 나아가며 그 안의 수목들과 꽃들의 이름을 차근차근 짚어 주었다면 그는 훨씬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 있어 나는 그가 나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하며 거침없는 그의 필치에 웃음을 터뜨리면서 이 책을 무척 즐겁게 읽었다. 한 나라의 구조가 경제구조를 바탕으로 쌓아올려져 있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경제학은 부의 창조와 분배를 둘러싼 학문이다. 그를 둘러싼 인간들의 소란 안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본래 그 뿌리가 어디였는지, 암흑의 목요일 당시 대공황의 아수라장, 소련은 과연 왜 망했는지, 제국주의의 씨앗이 왜 자본주의의 결함에서부터 텄는지가 다 들어 있다. 이 책은 수많은 부의 관점들이 싹을 틔워 일구어낸 숲 속의 대향연이다. 유머러스한 유시민의 입담 역시 독자를 이 책에 몰입하게 하는 것에 한몫한다.

누군가 경제학의 뿌리를 더듬고 싶다면, 나는 단연코 이 책을 삽으로 삼으라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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