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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쓰는 존재
  •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조지 G. 슈피로
  • 21,600원 (10%1,200)
  • 2025-04-15
  • : 3,390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논의 역설 중에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거북이는 아킬레스보다 10m 앞에서 달린다. 이럴 때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제논의 논리에 따르면 이 경주의 승자는 거북이다. 아킬레스가 10m를 달리는 동안 거북이는 그만큼 1m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는 ‘무한 분열’에 있다. 제논은 거리와 시간을 무한히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킬레스는 무한히 많은 지점을 계속해서 통과하게 된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급수의 수렴’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급수의 수렴을 통해 무한히 작은 시간 간격들을 합하면 유한한 시간에 수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지 G. 슈피로의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에는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이 나온다. 우리가 역설에 직면하는 순간은 어떤 진술이 타당한 추론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진술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이다. 역설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에 대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이것이 바로 역설의 매력인지 모른다. 역설은 일상생활을 의심하면서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통찰력이다. 상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며 결과이다. 그러나 역설은 상식을 의심하면서 눈앞의 사실적 현상에 대해 반대하는 질문을 던진다. 덕분에 삶을 폭넓게 이해하는 사유가 열린다.


저자에 따르면 역설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 참 역설이다. 어떤 전제가 결함이 있거나 추론이 부정확하지만 놀랍게도 결론은 옳은 경우다. 둘, 거짓 역설이다. 말 그대로 추론이나 결과 모두 거짓인 경우다. 마지막으로 이율배반 역설이다. 추론하는 과정이 모두 올바른데 결론이 논리에 맞지 않는 경우다. 여기에는 ‘거짓말쟁이 역설’이 있다. 예를 들면, ‘이 문장은 거짓이다’는 경우다. 이 문장이 참이라고 하면 문장의 내용은 거짓이 되므로 모순이 되고 만다. 반대로 이 문장이 거짓이라고 하면 문장의 내용은 참이 되므로 이것 또한 모순이다. 이렇듯 역설들은 삶의 사전적인 의미와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진실과 거짓을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크라테스의 역설’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무지함에 대해 스스로 낮추는 겸손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한다. 먼저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 거짓말 같아도 진실처럼 여겨진다. 정말로 자신의 무지를 모른다는 사실은 거짓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 되고 만다. 만약에 아무것도 알지 못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 소크라테스는 현명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래전부터 친숙한 ‘지식에 도전’하는 다양한 역설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역설이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다. 우리가 아는 지식이 언제나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역설이 좀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비판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역설은 단순히 ‘지식의 반대어’가 아니다. 오히려 ‘지식의 의심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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