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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쓰는 존재

살면서 무수히 흘리는 땀, 그중에서도 마음에 와닿는 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인생에 커다란 땀이 있다. ‘마천십연(磨穿十硏) 독진천호(禿盡千毫)’라는 말이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추사(秋史) 김정희가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풀이하면, “벼루에 먹을 가느라 10개 정도의 벼루가 가운데가 뚫렸고 모지랑이 붓이 다 닳아 없어진 붓이 1,000개 되었네”라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추사 김정희가 글씨를 쓰기 위해 얼마나 힘든 노력과 땀을 흘렸는지 말해준다. 추사라는 이름을 되뇔 때마다 몸과 마음이 시렸다. 그의 숨막히는 절대고독함으로 뭉클해졌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 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려는 내게 이 글은 큰 힘이 되었다. 글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아 숨 막혀 답답할 때 글쓰기의 좌표로 삼기엔 안성맞춤인 가르침이었으니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막막한 물음 앞에서 10개의 벼루와 1,000개의 붓은 부지런함의 대명사이다. 마음을 확고하게 잡아야 부지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부지런해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함이 막힌 것을 통(通)하게 한다.


만약 이것으로도 부지런하지 못하다면 2,000번의 실패는 어떨까? 에디슨은 전구를 만들 때 2,000번이나 실패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기자가 2,000번이나 실패를 했는데, 어떻게 극복했느냐? 고 질문을 하자 에디슨은 실패가 아니라 단지 2,000번의 과정(process)을 거쳐 전구를 발명했다고 말했다. 만약에 에디슨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촛불을 켜며 살아가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독일의 역사학자 에밀 루트비히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발견한 이후 인류는 두 번째 불을 발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디슨은 발명왕의 대명사이다. 무려 1,093개의 특허권을 가져 다고 하니 발명왕이라고 불러도 명성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데 발명왕보다는 다른 이름이 좀 더 특별히 다가왔다. 노력왕이다. 노력왕이라는 타이들은 ‘99%의 땀’으로 만들어진 결정체이다. 에디슨은 “천재는 1% 영감과 99%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말의 전문을 보면 “내 발명 중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은 없다. 충족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요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험하고 또 실험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1%의 영감과 99% 땀이다”라는 것이다.


에디슨의 말을 생각해보면 99% 땀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은, 지금과 다른 이미지일 것 같은 자신감이 스며들어 있다. 99% 땀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하고 또 실험하는 것이며 1%가 아닌 99%이다 보니 그만큼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소리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99% 땀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1% 영감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다고 하여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노력 하나만으로는 뭔가를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1% 영감은 99% 땀의 시작이자 방향이다. 이런 방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노력했다는 허탈감으로 끝나고 만다. 반대로 1% 영감이 있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1% 영감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세상에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노력만 하면 만사형통하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노력을 하는 데도 거짓말처럼 이기지 못한다. 죽도록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헛된 노력으로 되돌아온다면 정말이지 죽을 맛이다. 이러한 죽을 맛은 99% 땀만 잔뜩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작 99% 땀을 흘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면서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99% 땀을 흘려야 에디슨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일명 천재에게 주는 상으로 유명한 맥아더 펠로상을 수상한 앤절라 더크워스는 『그릿(GRIT)』에서 성취의 패러다임을 말했다. 성취는 기존에 가진 성공이라는 기준을 바꿔 볼 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그녀는 재능과 노력에 좌우되는 성취(성공과 같은 맥락)의 공식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

 

성취= 재능× 노력²

위의 공식을 풀어보면,

 

기술=재능 × 노력, 성취=기술× 노력

 

재능과 노력으로 기술자가 될 수 있다. 여기까지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부문에 있어 성취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함께 다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무조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tice)’을 수천, 수만 시간 동안 하라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노력의 결정체이다. 노력은 당신의 잠들어 있어 잠재력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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