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사무적으로 들리는 제목에 비해 이야기가 제법 묵직하다. 살면서 창경궁 대온실은 사진으로만 봐 온 지라 소재가 참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면서 당대 동양 최대 규모였다는 창경궁 대온실. 세계의 식물을 옮겨 놓은 듯한 화원은 존재로서 조선의 근대를 알리는 곳이었으나, 그 속의 '이름' 들은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애석했다. 이름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인지하고 나와 매개시키는 방식일 텐데 그 모든 것들이 일본을 거쳐 이루어져야 하고, 광복 이후 폭격에 의한 손상이 한국 역사의 파편적 재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중간중간 아재개그는 취향이 아닌데 그럼에도 작가님이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셨을 거 같다는 인상이다.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지만 잔류 일본인이라는 설정에 대해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특정 캐릭터를 바라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두렵지만 직시해야만 그 실체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폭격과 함께 폐허가 되었다는 이유로 외면하기 보다는 그때의 트라우마와 나를 '수리' 를 통해 다시 한번 마주 보며 보듬어 삶의 일부로 복원시키는 노력이 어쩌면 필요할지도 모른다.
광고 및 협찬으로서 창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