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대두되고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중심을 잡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마침 박동수의 <철학책 독서 모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뜻 구입하게 된 데에는 “독서 모임”이라는 친근한 단어가 한몫했다.
책으로 읽고, 오디오북으로 한 번 더 듣고 그렇게 읽고 듣다 보니 선명하게 인식되는 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인 “박동수”였다. 처음엔 단순히 철학책 편집자니까 이렇게 물 흘러가듯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철학책 편집자로서의 어떤 사명감과 노고,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이 책에서도 “모든 시대에는 언제나 오늘의 철학책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것처럼 박동수는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 시대를 사유하게 하는 통로이자 세상의 실상과 마주”하게 하는 오늘의 철학책을 발굴하고 처음엔 자신도 이해되지 않던 내용을 끝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는 그의 일을 심히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전 철학책이 아닌 오늘의 철학책을 발굴하고 출간하는 편집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선구자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철학책 독서 모임>에 소개된 철학책 열 권은 독서 모임의 동료 편집자들과 엄선한, 한국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책들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와 기후 위기에 관한 문제까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게 한다. 각 주제에 따른 책 소개와 논평,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 나왔던 좋은 사례들을 가지고 저자 박동수는 논지를 힘있게 끌고 간다. 오늘의 우리가 누구인지를 자문하는 것이 철학의 주요 문제로 자리한 지금, 철학자 이졸데 카림이 말하는 다원화 시대에서 “우리”, “나와 타자들”, “우리 너머의 우리”까지 깊이 탐구해야 하는 주제임을 각성시키는데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있어 독자로서도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열 권 중에 읽은 책이 <모든 것은 빛난다>, 한 권이라도 있어서 반가웠고, 소개된 책들이 다 흥미있었지만 특히 아즈마 히로키의 <관광객의 철학>은 관광객의 특성을 통해 관광객처럼 살아가는 이들을 어떻게 사회 전반에 그리고 정치에 끌어 들일 수 있을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읽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이 아마존 숲의 루나족의 삶을 통해 “알지 못한 채 알아가기”라는 방법으로 “우리 너머의 우리”에 대해 인식하게 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고 기독교인이면서 사람과 동물을 잡아먹는 루나족은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 박동수의 시각에 도움을 받아 여러 전반에 걸쳐 우리, 나와 타자들, 우리 너머의 우리, 그리고 기후변화와 인류세에 이르기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덕분에 오늘의 철학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사월의 책>에서 출간된 철학책에서 편집자 박동수라는 이름을 찾는 재미도 있겠다. 앞으로 이 책을 필두로 문학 편집자, 과학책 편집자 등 각 분야의 편집자의 책이 나와도 좋겠다. 그들만큼 전반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 해박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소개하는 책들을 넘나들며 신이 나서 쓸 것 같다. 철학책 편집자 박동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