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작한 독서모임이 있다. 결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한 권의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조금은 프리한 분위기의 독서모임인데, 나이와 성별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사실 그러한 분위기가 크게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독서모임은 권력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었고,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사실 우리 독서모임에서의 평어 사용은 큰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민음사 독서모임 지원을 계기로, 한 번 평어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고마워.' - '천만에.'로 이어지는 연극적인 대화를 할 때에는, 평어 사용이 하나의 대본처럼 느껴졌다. 자연스러운 평어 사용이 가능한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직장이나 사석에서 평어를 사용한 경험(까지는 아니어도 나이나 권력에 관계없이 존비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서로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조금 더 쉽게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었고, 독서모임의 ㅇㅇ 님으로만 존재했던 타인과의 관계는 조금 더 결속력을 가진 우리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우리'를 강조하는 공동체 문화를 불편하게 여기는 세대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공동체의 해체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내게 평어 사용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평어를 사용해 본 결과, 평어 사용에서 불편하거나 우려되었던 점은 두 가지 있다.
1. 닉네임을 사용하는 모임의 경우, '이름 호칭+반말'로 이루어진 평어의 이름 호칭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름 같은 닉네임이면 평어 사용이 자연스럽지만, 이름과 동떨어진 느낌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 입에 붙지 않았다.
2.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평어가 아니라 단순 반말로 변질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평어를 사용하는 관계일수록, 특히 2번 항목을 경계하기 위해 구성원 전부가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어느 정도 타인에 대한 존중이 베이스로 깔린 모임에서만 평어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평어가 더 널리 확산될 수 있을까? 묻는다면 갸웃하게 되는 이유.
《말 놓을 용기》라는 이 책은, 평어 사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 기고된 글을 모아 편집했다 보니 동어 반복이 계속되어 약간의 피로감을 주기도 했다. 구성 자체가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시의성과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임은 그날 모임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과 평어를 한 번 더 사용해 보고, 평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내가 다음에 쓰게 될 글은 '나의 평어 체험기'가 아닌, '평어를 사용하는 삶' 정도가 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