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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2
홍시,홍디자인  2013/05/27 15:25




레이시 이야기: 그림, 돈 그리고 음모

스티브 마틴 장편소설, 이재경 옮김



앤디 워홀은 1987년에 죽었다. 그는 그를 욕했던 사학자와 감정가를 여럿 황당하게 하면서, 두더지처럼 미술사에 한 구멍 제대로 파고 들어앉았다. 소묘가 훨씬 뛰어나고 물의는 훨씬 적게 일으키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조차 2인자로 만들면서 워홀은 지명도를 높여갔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나 마돈나처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는 인물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예수나 마돈나처럼, 거론됐다 하면 신성시되거나 신성모독으로 욕을 먹거나 둘 중 하나였다. 혹자는 워홀이 뜬 것을 두고 약삭빠른 투기꾼의 시장 조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워홀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시장에서 유례없던 일이 일어났다. 기존의 반응을 뛰어넘는 현상이었다. 1989년에 피카소의 자화상 「요 피카소Yo, Picasso」가 4천8백만 달러에 팔렸다. 이렇게 걸작 하나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팔리면, 전에는 같은 작가가 그린 같은 수준의 작품 가격이 모두 치솟았다. 같은 해에 반 고흐의 「붓꽃」이 비슷하게 전설적인 가격에 팔렸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모든 걸작의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워홀의 작품들이 눈 돌아가는 가격에 팔리기 시작하자, 현대미술의 가치가, 아직 창조되지 않은 미술까지 합쳐서, 모두 뛰었다. 워홀의 존재는 너무나 강렬했고, 그는 너무나 최근 인물이었다. 그는 죽은 거장들의 클럽에 합류하는 대신, 골드러시를 일으킨 캘리포니아 서터스 밀의 금덩이 같은 존재가 됐다. 그 러시는 멈출 줄 모르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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